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지난해의 2배 가까이 뛴 사이, 정작 더 가파르게 오른 건 빌라(연립·다세대)였다. 아파트 규제가 강해질수록 돈이 빌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정부가 8월 13일 내놓은 공급대책의 '주택 수 제외 특례'가 이 흐름에 기름을 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실제 데이터를 뜯어보면, 진짜 방아쇠는 다른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빌라 상승폭이 아파트를 앞질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은 4.26%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0.89%)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3.37%포인트 커진 것으로,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 확대분(1.66%포인트, 3.41%→5.07%)의 2배를 넘어선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연립·다세대 거래는 2만3,70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8% 증가했는데, 이는 2021년 상반기(3만6,546건)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는 오히려 2.8% 줄었다. 특히 강남·송파 지역 빌라 거래는 같은 기간 70~80%까지 급증하며 서울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다.
진짜 동력은 재개발 기대감이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발표된 두 차례 규제였다. 6·27 대출 규제에 이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의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는데, 일반 연립·다세대주택은 이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아파트를 사려면 실거주 목적임을 증명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반면, 빌라는 상대적으로 이런 절차 없이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전셋값 상승과 전세 매물 감소까지 겹치면서,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전세로 들어가기 어려워진 수요가 빌라로 옮겨갔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상승폭을 더 들여다보면, 이 흐름을 실제로 이끈 건 재건축·재개발 그 자체다.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모아타운 등으로 정비구역 지정을 받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에 뚜렷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비사업이 신통기획 등으로 이미 진행 중인 경우가 아니라면 빌라는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받지 않고, 정비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더라도 관리처분인가 전까지는 조합원 지위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이런 지역의 빌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광진구 자양동의 한 빌라는 지난 5월 8억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대지면적 17.1㎡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3.3㎡(1평)당 1억원이 넘는 가격이다. 반면 정비사업 대상이 아닌 빌라는 거래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교수는 이 시기를 두고 "노후 빌라 투자가 극에 달했던 시점"이라고 짚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현장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면서도, 조합설립 이후에도 입주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기준 | 기간 | 상승률 | 비고 |
|---|---|---|---|
| 서울 연립·다세대 전체 | 2025년 하반기 | 4.33% | 2008년 상반기 이후 17년 반 만에 최대 |
| 서울 연립·다세대 전체 | 2026년 상반기 | 4.26% | 2개 반기 연속 4%대 |
| 서울 빌라(부동산원 월간) | 2026년 1~5월 | 3.37% | 2008년(9.61%) 이후 18년 만에 최고 |
| 도심권(종로·중구 등) | 2026년 1~5월 | 4.20% | 5개 권역 중 최고 |
| 그 외 권역 | 2026년 1~5월 | 3%대 | 전 권역 3% 이상 상승 |
| 전용 40㎡ 초과~60㎡ 이하 | 2026년 상반기 | 4.71% | 면적대별 최고 |
| 전용 60㎡ 초과~85㎡ 이하 | 2026년 상반기 | 4.25% | - |
| 전용 40㎡ 이하 / 85㎡ 초과 | 2026년 상반기 | 각 4.01% | - |
| 정비사업(신통기획·모아타운) 지정지 | 2026년 5월 기준 | 3.3㎡당 1억원+ | 광진구 자양동 실거래 8억6,000만원 사례 |
| 비정비사업 대상 빌라 | 2026년 5월 기준 | 거래 희소 | 시장 양극화 |
| 상승 지역 거래 집중도 | 2026년 1~5월 | 전체의 30.4% | 송파·은평·강서·광진 4개구에 집중(1만8,559건 중 5,645건) |
표에서 드러나듯, 상승률은 지역·권역·면적대를 가리지 않고 3~4%대로 고르게 나타나는 반면, 실제 거래와 체감 가격은 정비구역 지정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이건 '빌라값이 전반적으로 뛴다'기보다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있는 특정 매물만 폭등하고, 나머지는 거래조차 안 된다'는 쪽에 훨씬 가까운 그림이다.
8·13 대책의 특례, 사실은 결이 다른 이야기
정부는 지난 8월 13일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함께 내놨다. 이 중 논란이 되는 건 소형 신축주택의 '주택 수 제외 특례'다. 이 제도는 2024년 1월 처음 도입돼, 전용면적 60㎡ 이하·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신축 주택을 살 때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주택 수에서 빼주는 혜택이다. 원래 취지는 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것이었는데, 도입 이후 적용 기한이 2025년 12월→2027년 12월→이번에 다시 2028년 12월까지로 계속 연장되고 있다. 문제는 이 특례가 다주택자에게도 절세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이미 집을 2채 가진 사람이 소형 신축주택을 추가로 사도 3주택자로 간주되지 않아, 취득세 중과를 피하면서 자산을 늘릴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 특례와 앞서 살펴본 재개발 급등 현상을 곧바로 같은 원인으로 묶기는 어렵다. 특례가 적용되는 대상은 '새로 짓는' 소형 주택이고, 정비구역에서 폭등하는 매물은 대부분 '낡은' 빌라다. 즉 특례는 신축 소형주택 매수·공급 유인에 영향을 주는 제도이고, 지금 가격이 뛰는 곳은 헌 집을 사서 새 아파트 입주권을 노리는 재건축·재개발 투자 수요가 몰린 지역이다. 두 흐름이 '비아파트 투자 심리를 자극한다'는 큰 틀에서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특례 하나가 이번 급등의 직접적인 방아쇠라고 보기엔 인과관계가 헐겁다는 뜻이다. 오히려 토지거래허가제가 아파트에만 적용되고 빌라를 비켜간 규제 공백, 그리고 신통기획·모아타운 지정이라는 재건축 기대감이 훨씬 직접적인 동력으로 보인다.
청년·실수요자를 겨냥한 지원책도 함께 나왔다. 내년 1월 출시되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만 39세 이하 청년이 생애 최초로 4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비아파트(오피스텔·빌라)를 살 때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인정해주는 정책 대출이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가 대상이며, 2억5,000만원짜리 빌라를 산다고 가정하면 최대 2억원까지 대출받아 연 3.0% 금리·30년 만기 기준 월 85만원 안팎으로 상환할 수 있다. 이 대출을 이용해도 향후 아파트를 살 때 쓸 생애최초 LTV 우대 혜택은 소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는 이를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로 설명한다. 이 밖에도 정부는 대출 총량규제를 1.5%에서 3%로 완화하고, 주택 공급을 위한 금융 지원 규모를 47조8,000억원+α로 확대하는 한편, 수도권에 23만 가구+α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4억원 대출 vs 8억6,000만원 실거래, 그 사이의 간극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의 지원 대상은 4억원 이하 비아파트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신통기획·모아타운 지정지의 실거래가(광진구 자양동 8억6,000만원)와 비교하면 2배 넘게 차이가 난다. 청년들이 이 대출로 실제 접근할 수 있는 매물은 가격이 오르고 있는 재개발 지정지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정비사업 대상 빌라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비정비사업 대상 빌라가 자산으로서 구조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빌라는 통상 아파트보다 감가상각 속도가 빠르고 환금성이 떨어져 시장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핵심은 결국 건물이 깔고 앉은 땅값 상승인데, 재건축 기대감이 없는 빌라는 대지지분 상승분만으로 건물 가치의 감가상각을 상쇄하기 어렵다. 즉 재개발 기대감이라는 상승 동력이 빠진 빌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가치가 정체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자산에 가깝다.
이렇게 보면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의 가격 상한을 '투기성 매물 접근을 막는 안전장치'로만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책 설계자들이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4억원이라는 상한선과 재개발 지정지의 실제 시세 사이에 이 정도 간극이 있다는 걸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지가 아니라 표현의 문제에 가깝다.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라는 설명은 이 대출이 자산 형성의 디딤돌이 될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 이 가격대에서 접근 가능한 매물 상당수는 재건축 기대감 없이 감가상각만 진행되는 자산에 가깝다. 위험한 투기 자산 대신 안전한 실거주 자산으로 유도하는 선의의 장치라기보다는, 온정적인 수사(修辭) 뒤에 냉정한 산수가 숨어 있는 '설계된 착시'에 더 가까운 셈이다.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로 막고, 빌라 중에서도 실제로 가격이 오르는 재개발 지정지는 대출 한도 밖에 있다면, 정책이 열어준 선택지 자체가 애초에 좁았던 것으로 봐야 한다.
"영향은 제한적"이라지만, 개발호재 지역은 예외
이번 대책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갈린다. 금융권과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영향 자체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택지 등 개발호재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지역에서는 가격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동안 정부가 여러 차례 공급대책을 내놨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가시적인 안정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공급 확대(신규 택지, 정비사업 활성화)와 수요 진정(대출 규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대책이지만, 두 방향의 조치가 동시에 나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효성과 부작용을 둘러싼 이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청년·서민층에게는 직접적인 부담
서울 전체 주택 중 51%가 빌라 등 일반주택이고, 20~30대 가구의 67.9%가 오피스텔을 포함한 일반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4.26%)은 강남·송파 같은 특정 지역만이 아니라 이 넓은 계층 전반에 걸쳐 완만하게나마 실제 거주 비용을 끌어올리는 흐름이다.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유로 빌라를 선택해온 이들에게는, 이 정도의 상승도 내 집 마련 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전세 매물 부족이 겹치면 전세와 월세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앞서 다룬 강남·송파의 급격한 거래량 증가(70~80%)는 이 광범위한 흐름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건 재개발 기대감을 노린 투자 수요가 몰린 국지적 현상에 가깝고, 앞서 살펴봤듯 정비구역 지정 여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갈릴 수 있다. 신통기획·모아타운으로 지정된 곳은 실거래가가 3.3㎡당 1억원을 넘어서지만, 같은 '재개발 기대감'이라도 지정을 받지 못하거나 사업이 무산되면 거래 자체가 끊기고 가격도 정체되는 게 현실이다. 즉 지금의 빌라값 상승은 두 갈래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 — 서울 전역의 완만한 상승은 51%·67.9%에 해당하는 다수의 실거주 부담으로, 강남·송파의 급격한 거래량 증가는 정비구역 지정이라는 특정 조건이 붙어야만 통하는 소수 투자 수요의 리스크로.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주택 수 제외 특례'라는 하나의 세제 조치가 아니라, 신통기획·모아타운 재건축 기대감과 토지거래허가제의 규제 공백이 먼저 만들어놓은 국지적 급등에, 아파트 규제와 비아파트 지원이 동시에 진행되는 정책 환경이 덧붙여지고 있다는 데 있다. 2027년 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가 걸린 분기점이기도 해서, 그 전까지 이 틈새를 노린 매수세가 얼마나 더 몰릴지, 그리고 8·13 대책의 공급 확대가 실제 입주 물량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이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가 다음 관찰 포인트로 남는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 지정된 구역 안에서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주택을 거래하려면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매수가 제한돼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모아타운 —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운영하는 정비사업 유형. 이 지정을 받은 지역은 신축 아파트 입주권 기대감이 커지면서 노후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
대지지분 — 공동주택 한 세대가 전체 대지 면적 중 실제로 소유한 땅의 지분.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되지만 땅은 그대로 남기 때문에, 대지지분이 클수록 재건축 시 사업성과 미래가치가 높아진다.
소형 신축주택 주택 수 제외 특례 — 일정 규모·가격 이하의 '신축' 주택을 살 때, 세금(취득세·종부세·양도세) 계산상 보유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는 한시적 혜택. 2024년 도입 이후 적용 기한이 여러 차례 연장돼 왔다.
담보인정비율(LTV) —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주택 가격 대비 최대 얼마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
📰 참고 기사:
아파트 조이니 빌라값 상승폭 2.4배…'주택수 제외'가 기름붓나
'빌라 포비아' 옛말?…서울 빌라값 상승률, 작년의 2배
서울 주택 거래 3채 중 1채는 빌라…아파트 규제에 수요 이동
서울 빌라 3.3㎡당 '억소리' 난다... 송파·은평·강서·광진 풀매수
서울 아파트 규제하자 빌라로 쏠렸다
[8·13 대책] 주택공급 금융지원 47.8조+α 확대…대출 총량규제 1.5%→3%로 완화
8.13대책 두고 전문가들 "내 집 마련 기회 확대" vs "집값 자극"
'대출 혈맥' 다시 뚫린다…집값 상승세 자극 우려는 없나
"나도 해당될까"…8·13대책 청년 금융지원 하나씩 뜯어보니
다가구 4층까지 짓고 부담금 면제…'사라진 빌라' 공급 되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