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를 사기 위해 부모에게 증여·상속받은 이른바 '부모 찬스' 자금이 최근 몇 년 새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해질수록, 은행 대신 가족의 자금력에 기대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불과 4개월 만에 지난해 절반 넘겼다
국회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택 취득 자금 중 증여·상속을 통해 마련된 금액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을 처분해 조달한 자금과 맞먹는 규모다. 지난해 전체 증여·상속 자금이 약 6조5,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넉 달 만에 벌써 지난해 연간 규모의 절반을 넘어선 셈이다.
2년 만에 3.5배로 불어난 자금
증가 추세는 시계열로 보면 더 뚜렷하다. 주택 마련에 쓰인 증여·상속 자금은 2022년 약 1조8,000억원까지 줄며 저점을 찍었고, 2023년에는 정체 국면을 보였다. 그러다 2024년 약 3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2025년에는 6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불과 2년 만에 3.5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이 흐름은 서울에서 특히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서울의 증여·상속 자금은 2022년 약 8,000억원에서 2025년 4조4,000억원까지 늘며 3년 만에 약 5.6배가 됐고, 전국 대비 서울 비중도 약 68%에 달한다.
강남3구, 2030세대 자금의 4분의 1이 '부모 찬스'
연령대별로 보면 이 흐름은 청년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부동산원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주택자금조달계획서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2030세대의 주택 취득 자금 중 '증여와 가족 차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22.6%로 가장 컸다. 보유 현금이 부족한 청년층이 강남권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은행 대출보다 부모의 지원과 가족 간 차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2년 새 두 배 넘게 확대된 것이다. 이와 함께 주식 등 금융자산 매각 대금을 활용한 주택 매입도 3배 늘었다.
필자가 보기엔 — 규제가 만들어낸 또 다른 격차
개인적으로 이 흐름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강력한 대출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시장 과열을 억제하는 효과를 냈을지 몰라도, 그 반작용으로 자금 조달 경로 자체를 계층에 따라 갈라놓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 문턱이 높아질수록, 부모로부터 목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 사이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부모의 상속·증여나 고소득·성과급을 바탕으로 서울 주요 지역을 매수하는 청년이 있는 반면, 다수의 청년은 대출을 최대한 끌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이나 경기 지역 주택을 구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출 규제라는 같은 정책이 청년 세대 내부에서 '주거 격차'를 벌리는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짚어볼 부분은, 이 통계가 보여주는 건 '부모 찬스'의 확대 자체이지, 그것이 곧바로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거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정해진 공제 한도를 넘는 증여에는 세금이 부과되고, 이런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자체가 국토부와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절차이기도 하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개별 거래의 적법성보다, 대출이라는 통로가 막힐수록 '자산이 있는 부모를 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사이의 주택 시장 진입 격차가 구조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 격차가 앞으로 정부의 세제·대출 정책 방향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자금조달계획서 — 규제지역 등에서 일정 금액 이상 주택을 살 때, 매수인이 그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서류로, 자금 출처의 적법성을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증여재산공제 — 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를 받을 때, 일정 금액까지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고 공제해주는 제도.
📰 참고 기사:
이데일리 - 서울 아파트 '부모 찬스' 자금 관련 보도
"엄마, 대출 안 나온대요"...강남 집 구매, 필수조건 된 '부모 찬스'
"은행 돈 왜 받아? '부모찬스' 쓰면 되지"…강남 집값 못 잡은 대출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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