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임대인연합회가 최근 정부에 "비아파트를 보유해도 무주택·주택 수 산정에서 빼주는 세제 혜택을 계속 유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언뜻 업계 단체의 통상적인 민원처럼 보이지만, 이 요구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거의 10년째 반복돼온 한국 부동산 시장의 오래된 패턴이 깔려 있다.
10년 가까이 반복된 '아파트 막으면 빌라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최근 한 정책 브리핑에서 "2016년부터 규제지역을 확대했지만 풍선효과 때문에 정책의 실효성이 낮았다"고 직접 언급했다. 아파트를 규제하면 투자 수요가 빌라·연립·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로 옮겨가는 현상이, 정부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오래되고 뿌리 깊은 패턴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 흐름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규제가 나올 때마다 거의 매번 재현됐다. 2021년에는 규제가 덜한 경기 이천·여주 등 비규제지역으로 아파트 매매가 몰렸고, 2025년 3월 강남권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자 투자 수요는 재개발 빌라와 정비사업 초기 지역으로 옮겨갔다. 같은 해 9월에는 6·27 대출규제 여파로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거래량이 3,644건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4.1% 늘었는데, 이는 2022년 5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최다치였다. 강남구는 50건에서 123건으로, 송파구는 160% 급증하는 등 오히려 규제가 집중된 핵심지에서 풍선효과가 가장 두드러졌다.
정부도 딜레마에 빠졌다 — 이틀 만에 뒤집은 결정
이 딜레마는 정부 정책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이른바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는 신규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오피스텔·빌라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에서 40%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가, 불과 이틀 만에 다시 70%로 되돌렸다. 비아파트까지 너무 세게 조이면 서민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자체가 막혀버린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국 정부는 아파트는 강하게 규제하면서도, 비아파트에는 세제 혜택까지 부여하며 투자·실수요를 오히려 유도하는 이중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현재 전용면적 60㎡ 이하 신축 비아파트는 취득세·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되고 양도세 중과도 배제되는데, 이 혜택은 2027년 12월까지 한시 운영될 예정이었다가 최근 기간이 연장됐다. 지난 9월 22일에는 청약 무주택 인정 기준도 완화돼, 전용 85㎡ 이하·공시가격 수도권 5억원 이하(비수도권 3억원) 비아파트까지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이번엔 '자연 발생'이 아니라 '정책이 설계한' 흐름
과거의 풍선효과가 대체로 시장이 규제를 피해 스스로 찾아낸 반응이었다면, 지금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정부가 아예 세제 혜택이라는 형태로 "비아파트로 가라"는 신호를 공식적으로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임대인연합회의 이번 요구는 바로 이 공식적인 유도 정책을 계속 유지해달라는 것이다. 소형 빌라 한 채를 사서 임대를 놓아도 다주택자로 분류돼 세 부담이 커지는데, 이 부담을 계속 덜어줘야 민간 임대 공급이 유지된다는 논리다.
정리하며
2016년부터 이어져온 '아파트 규제 → 비아파트 풍선효과'라는 패턴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다만 예전에는 정부가 뒤늦게 풍선효과를 확인하고 추가 규제로 땜질하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아예 처음부터 세제 혜택으로 비아파트 시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 자체가 바뀌었다. 한국임대인연합회의 이번 요구가 받아들여질지, 아니면 비아파트 시장 과열을 우려해 혜택이 축소될지는 이달 말로 예정된 세제 개편 논의에서 좀 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풍선효과 — 한쪽을 규제하면 다른 쪽으로 수요나 자금이 옮겨가는 현상으로,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에 빗댄 표현.
주택 수 제외 — 세금·청약 자격을 산정할 때 특정 요건을 갖춘 주택은 보유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는 제도로, 다주택자로 분류돼 받는 세제·대출 불이익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 지정된 구역 내 부동산 거래 시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로, 대체로 실거주 의무가 함께 부과된다.
📰 참고 기사:
거래 늘지만 공급 되레 줄어…주택수 제외해 稅혜택·금융지원 필요
'풍선효과' 막으려 수도권까지 묶어…文때보다 더 센 '3중 족쇄'
아파트 막히자 빌라로 몰린다…6·27 대책에 '풍선효과'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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