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고가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 매도인이 매수인 앞으로 17억원대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정치적 논란은 차치하고, 이 거래 방식 자체는 부동산 실수요자라면 알아둘 만한 기법이다. 이른바 '매도자 파이낸싱'으로 불리는 이 방식이 정확히 뭐고, 언제 쓰이는지 짚어본다.
매도자 파이낸싱이란
일반적인 아파트 매매는 매수인이 잔금을 전액 치른 뒤 소유권을 넘겨받는 방식이다. 매도자 파이낸싱은 이 순서를 뒤집는다. 매수인이 잔금을 모두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먼저 소유권을 넘겨받되, 매도인이 못 받은 잔금만큼 매수인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채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잔금 일부를 빌려주는 셈이다. 이번에 화제가 된 사례에서도 등기부상 매도인이 근저당권자로, 매수인이 채무자로 지정됐고, 채권최고액이 17억원대로 설정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런 방식이 "과거 대출 규제가 강했던 시기에도 종종 활용되던 방식"이라며,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으로 고가주택 담보대출이 사실상 막혔을 때도 비슷한 거래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왜 지금 이 방식이 다시 주목받나
이 기법이 새삼 관심을 끄는 이유는 지금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부동산 대토론회를 앞두고 나온 진단들을 보면, 대출 총량 규제가 오히려 실수요자를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저가 아파트조차 대출로 집을 사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계약금을 걸어놓고도 잔금 대출이 막혀 곤란해진 사례들이 게시판을 채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국면에서는 은행 대출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매도인·매수인 간 사적 합의로 자금을 조달하는 매도자 파이낸싱 같은 방식이 다시 대안으로 거론될 여지가 있다.
필자가 보기엔 — 유용하지만 리스크도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이 방식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매도자 파이낸싱이 대출 규제의 '우회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양쪽 모두에게 상당한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은행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국 매도인에게 사적으로 빚을 지는 셈이라 상환 조건(이자, 만기)에 따라 은행 대출보다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매도인 입장에서도 매수인이 약속한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하면, 근저당권을 실행해 채권을 회수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다만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 방식이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근저당권 설정은 등기부에 정식으로 기록되는 합법적인 담보 설정 절차이고, 매도인과 매수인이 사적으로 잔금 지급 조건에 합의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세법상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 증여세 이슈가 불거질 수 있고, 실제 채권 관계가 형식적인지 실질적인지에 따라 과세당국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방식은 대출 규제가 강한 국면에서 매도·매수 양측이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일 때 제한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이지, 일반적인 거래 수단으로 확대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실제 거래 시에는 세무·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매도자 파이낸싱(Seller Financing) —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잔금 일부를 사실상 빌려주는 형태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으로, 은행 대출을 거치지 않고 매도·매수 당사자 간 합의로 자금을 조달한다.
근저당권 — 특정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부동산에 설정하는 담보권으로, 채무자가 약속한 금액(채권최고액) 한도 내에서 채권자가 우선 변제받을 권리를 갖는다.
채권최고액 — 근저당권 설정 시 등기부에 기재되는 담보 한도액으로, 실제 빌린 금액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으며 통상 실제 채권액보다 다소 높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 참고 기사:
29억에 팔린 '분당아파트'...17.7억원 근저당에 '이목집중'
분당 아파트, 29억에 팔렸다…"매수자 사정 고려" 17억 근저당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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