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통화정책 질의는 무난히 넘겼지만,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의 윤리 공방에서는 시종일관 답변을 피하며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워런 "블랙아웃 기간 위반 의혹, 물어봤나 안 물어봤나"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워시 의장에게 미셸 보우먼 연준 부의장(감독 담당)이 지난달 은행가들과 가진 회동에 대해 직접 물어본 적이 있는지를 반복해서 캐물었다. 이 회동이 연준의 '블랙아웃 기간'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블랙아웃 기간이란 연준 정책회의를 앞두고 당국자들이 통화정책에 대해 공개·비공개로 언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로, 특정 투자자가 시장을 움직일 정보에 먼저 접근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장치다. 워런 의원은 "물어봤습니까?"라고 여러 차례 다그쳤고, "당신이 만들어가는 분위기는 부패를 조장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직격했다. 워시 의장은 이 사안이 연준 감사관실에서 독립적으로 조사 중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거부했다.
"취임 직전 1억달러, 누가 줬나" — 자산 처분 관련 추궁
워런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워시 의장이 연준 의장 취임을 위해 일정 기간 내 처분해야 했던 자산 규모인 1억달러가 누구로부터 나온 돈인지도 캐물었다. "억만장자였나, 연준과 사업적으로 얽힌 사람이었나, 아니면 연준의 결정에 베팅해 막대한 돈을 번 스탠리 드러켄밀러였나"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워시 의장은 2011년 연준을 떠난 뒤 드러켄밀러의 듀케인 패밀리 오피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어 10년 넘게 이어진 인연이 있다. 워시 의장은 이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백악관 압박에도 "독립적으로 일할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해온 가운데,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워시 의장에게 금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워시 의장은 이 질문도 피하면서 "백악관의 지시를 받지 않는다"고만 답했다. 그는 "그들은 독립적인 사람에게 독립적인 업무를 맡겼고, 저는 정확히 그 일을 하고 있다"며 "지난 7주간의 결정과 행동들이 그것을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워시 의장은 동료 위원들과 달리 지난달 향후 금리 전망(점도표)을 제시하지 않는 등, 시장에 방향성을 흘리지 않으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는 반짝 개선됐다가 다시 악화 조짐
공교롭게도 이번 주 발표된 6월 소매·도매 물가지표는 5월보다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호르무즈 해협 휴전에 따른 유가 하락 덕분이었다. 다만 7월 들어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에너지 가격도 재차 오르는 추세다. 에너지를 제외하더라도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은 상태가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워시 의장은 이날 상원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은 미국 가계와 기업에 부당한 부담이 돼 왔다"며 "우리 위원회는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납하지 않으며 물가 안정을 회복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몇 주 뒤 금리 결정 회의를 앞두고 있으며, 물가 재상승 위험을 감안해 당분간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은행 규제·AI 리스크도 함께 다뤄
이번 반기 의회 증언은 통화정책에 국한되지 않았다. 워시 의장은 바젤III 자본규제 재입법, 디지털자산 리스크로부터 전통적 유동성 체계를 보호하는 방안, 첨단 AI에 대한 안전 프로토콜 마련 등도 함께 강조했다. 특히 AI 모델의 보안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연준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도 이런 새로운 AI 모델들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해외發 위협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정리하며
이번 상원 청문회는 지난 화요일 하원 증언과 달리 통화정책보다 윤리·정치적 공방이 두드러진 자리였다. 워시 의장이 블랙아웃 위반 의혹과 자산 출처 질문에 끝내 침묵하면서, 향후 연준 감사관실 조사 결과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남게 됐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에너지發 물가 반등 조짐 속에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블랙아웃 기간 — 연준 정책회의를 앞두고 당국자들이 통화정책에 대해 공개·비공개로 언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 특정 투자자의 정보 선점을 막기 위한 장치.
점도표(Dot Plot) — 연준 위원 개개인이 예상하는 향후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
바젤III —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마련한 은행 자본 건전성 국제 규제 기준. 은행이 위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최소 자본 비율 등을 규정함.
📰 참고 기사:
Elizabeth Warren blasts Kevin Warsh, saying he 'seems to invite corruption'
In first Congressional testimony, new Fed Chief Warsh vows to fight inf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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