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193분간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했다. 사전 국민의견 수렴 결과 발표, 전문가 발제, 자유토론, 대통령 마무리 발언 순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세제·공급·금융 분야에 걸쳐 다양한 방향성이 제시됐다.
세제 — "3배는 올려야" 하지만 "지금은 폭동"
가장 주목받은 대목은 보유세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통상적인 선진국 수준으로 하려 해도 최하 세 배는 올려야 한다"면서도 "지금 세 배를 올리면 폭동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언젠가는 터진다. 어느 세대에 누가 당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며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대비는 해야 한다"고도 했다. 구체적 방법론으로는 일괄 인상이 아닌 차등 부과가 제시됐다. "1주택을 기준으로 적정한 보유 부담을 설정하고, 실거주 용도나 서민·중산층용 주택, 지역에는 감면 혜택을 고려하고, 반대로 호화·초고가 주택, 다주택, 명백한 투기 목적에는 가중 요소를 더해 단계적으로 차등을 두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제 개편안은 법정 일정상 7월 말~8월 초에는 마련돼야 하는데,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도 최종안에 반영할 시간이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공급 — 3기 신도시 착공 절차 절반으로
공급 분야에서는 서울 내 신규 택지 확보의 한계가 먼저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과거 수도권이 팽창할 때는 그린벨트를 풀거나 신도시를 조성해 대응했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대규모 택지를 찾기 어렵다"며 공급 한계를 인정했다. 대안으로는 수도권 신규 택지를 직접 발굴하고, 3기 신도시 착공 절차를 절반으로 단축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 제시됐다.
금융 — 전세대출 손질과 대출 규제 피해 구제
금융 분야에서는 전세대출 제도 손질이 예고됐다. 이 대통령은 전세대출이 집값 폭등의 한 원인이라는 문제의식을 밝히면서도, 청년·신혼부부에 대해서는 핀셋 지원을 하겠다는 이중적 접근을 시사했다.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이끈 대목은 대출 총량규제로 인한 실제 피해 사례였다. 경기 수원의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는 "2년 전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받았는데, 최근 가계대출 총량 규제 때문에 잔금 대출을 아예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3년 차 신혼부부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미성년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주택 일부를 상속받았는데, 지금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에게 주어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곧바로 "예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규정으로 만든 뒤, 일종의 시민위원회를 도입해 거기서 심사해 결정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정책 목표와 결정 방식
이 대통령은 정책의 최종 목표에 대해 "정책 목표가 억지로 가격을 낮추자는 건 아니다"라며 "비정상적인 수요·공급에 의해 가격이 잘못 형성되는 걸 막고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목표를 정해놓고 수요·공급을 억제하겠다고 하면 그건 사회주의 국가에 가깝지 않겠느냐"는 발언도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정책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라기보다,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 자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측은 "정부가 답을 정해놓지 않겠다"며 이날 논의와 그간의 국민 의견 수렴 결과를 향후 세제 개편과 부동산 정책 검토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리하며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방향은 크게 세 갈래로 요약된다. 세제에서는 보유세 인상 방향은 분명히 하되 속도는 신중하게 조절하겠다는 것, 공급에서는 서울 내 한계를 인정하고 기존 3기 신도시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 금융에서는 대출 규제의 일률적 적용으로 발생한 실수요자 피해를 구제할 별도 절차(시민위원회)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나온 내용들은 대체로 방향성 제시에 가깝고, 구체적인 세율·기준·시행 시기 등은 7월 말~8월 초 발표될 세제 개편안과 후속 정책에서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보유세 —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이다.
차등 부과 — 모든 대상에게 같은 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실거주 여부·소득 수준·주택 수 등 기준에 따라 세율이나 감면율을 달리 적용하는 방식.
주택담보인정비율(LTV) —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의 비율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자기자본이 적어도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 — 은행 등 금융기관이 한 해 동안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총량에 상한을 두는 규제로, 개별 차주의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적용돼 실수요자 피해 논란이 있다.
📰 참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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