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지난 10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반토막 냈다. 정부 규제(수도권 6억원 한도)보다 한층 엄격한 자체 조치인 데다, 비규제지역까지 예외 없이 적용되면서 잔금을 앞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도 비수도권도 예외 없이 3억원
이번 조치로 수도권·규제지역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는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그동안 별도 상한이 없던 비규제지역도 처음으로 3억원 한도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12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LTV 40%를 적용하면 원칙적으로 4억 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KB국민은행에서는 최대 3억원만 빌릴 수 있다. 나머지 1억 8,000만원은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출(은행 자체 재원 기준)도 예외 없이 3억원 한도가 적용된다. 다만 집단대출(중도금·이주비·잔금대출), 기금대출, 보금자리론, 전세사기 피해자 구입·경락자금 대출과 대출금 증액 없는 대환대출·재대출은 제한 대상에서 빠졌다.
왜 이렇게까지 조였나 — 가계대출 목표치 77% 벌써 소진
지난 2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648조 3,03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 3,335억원 늘었다. 이는 연초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증가액 목표치(약 4조 3,000억원)의 77%를 상반기가 막 지난 시점에 소진해버린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초과했던 영향으로 올해 운용 가능한 대출 여력이 시중은행 중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달부터 MCI·MCG 가입 제한, 우대금리 종료, 일부 대환대출 제한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해온 데 이어 이번엔 총량 자체를 조인 것이다. 신한은행도 같은 날 모기지보험(MCI·MCG) 취급을 중단해, 서울 지역은 최대 5,500만원, 경기도는 4,800만원가량 대출 한도가 추가로 줄어들게 됐다.
"하루아침에 대출 3억 증발" — 잔금 앞둔 실수요자들의 패닉
정책 발표 하루 전 계약을 마친 실수요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8월 말 잔금을 치르기로 하고 14일 5억원 주담대 서류를 접수할 예정이던 40대 이씨는 "집을 계약할 때만 해도 전혀 예상 못 한 상황"이라며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11월 말 잔금 예정인 매수인은 "5억원 주담대를 생각하고 계약했는데, 잔금일을 앞당길 수 있을지 집주인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9월 말 잔금인 또 다른 매수인은 대출상담사로부터 잔금일 변경을 권유받았지만, 매도인 측이 "미루는 것만 가능하다"고 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2금융권·보험사 대출로 눈 돌리는 계약자들
부족한 잔금을 메우기 위해 금리가 더 높은 2금융권이나 보험사 대출로 옮겨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말 계약서를 쓴 한 매수인은 "1금융권에서 보험사 대출로 선회하기로 했다"며 "금리가 0.5%포인트 정도 비싸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공인중개사는 "잔금 대출 본심사는 통상 영업일 기준 1주일가량 걸린다"며 "사실상 KB국민은행에서는 3억원 초과 대출을 받을 기회가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출 한도는 계약일이 아닌 은행 대출 서류 접수일 기준으로 적용돼, 시행일까지 서류를 낸 고객만 기존 한도로 '막차'를 탈 수 있었다.
맞벌이 30대·신혼부부 직격탄, 서울 외곽·경기권 타격 우려
이번 조치는 매매가 20억원을 훌쩍 넘는 강남권보다,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서울 외곽과 경기권에 더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근 매수세가 강했던 강북·은평·관악과 성남 분당·동탄 등이 주요 영향권으로 거론된다. 특히 대출을 적극 활용해 내 집 마련에 나섰던 맞벌이 고소득 30대 부부와 신혼부부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지역에서는 토지거래허가 절차를 밟기 위해 미리 건넨 약정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수요자뿐 아니라 갈아타기를 고려하던 매도인의 계획에도 영향을 줘, 매물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별 조치 비교 — "6억→3억"은 국민은행이 유일
주담대 한도를 실제 숫자로 절반까지 잘라낸 곳은 지금까지 KB국민은행이 유일하다. 신한·하나·농협은 모기지신용보험(MCI·MCG) 가입을 중단하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실질 한도를 줄였는데, 국민은행만큼 파격적이지는 않다.
| 은행 | 조치 내용 | 시행일 |
|---|---|---|
| KB국민은행 | 주담대 한도 6억원 → 3억원 (전국, 비규제지역 포함) | 7월 10일 |
| 신한은행 | MCI·MCG 가입 중단 → 서울 약 5,500만원, 경기 약 4,800만원 한도 축소 효과 | 7월 10일 (모집인 채널 대출 신청은 7월 8일부터 월말까지 전면 중단) |
| 하나은행 | MCI·MCG 신규 가입 중단 | 7월 10일 전후 |
| NH농협은행 | MCI·MCG 신규 가입 중단 | 7월 10일 전후 |
| 우리은행 | 주담대 자체 한도 축소는 미발표, 신용대출 위주 조치 | — |
한편 이보다 앞선 6월 12일에는 주담대가 아닌 신용대출에 대한 별도 조치도 있었다.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토스뱅크가 신용대출 한도를 일괄 1억원으로 제한했고, 우리은행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한 접수와 자체 앱을 통한 대환대출 접수까지 중단한 바 있다.
정리하며
KB국민은행의 이번 조치는 정부 규제보다 한발 앞선 은행권 자체 리스크 관리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 여파는 이미 계약을 마친 실수요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신한은행에 이어 다른 시중은행들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추가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주택 매수를 계획 중이라면 은행별 대출 한도와 서류 접수 시점을 사전에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의 비율. LTV 40%면 10억원 주택 기준 최대 4억원까지 대출 가능하다는 뜻.
MCI·MCG — 모기지신용보험·모기지신용보증. 이 보험에 가입하면 별도 담보 없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데, 취급이 중단되면 그만큼 한도가 줄어듦.
2금융권 — 은행(1금융권)이 아닌 저축은행, 보험사, 캐피털사 등의 금융기관. 대체로 1금융권보다 대출 금리가 높음.
📰 참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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