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4일 금요일

‘집주인이 6억 빌려준다’…강남 아파트서 다시 등장한 ‘셀러 파이낸싱’

지난달 대통령 부부의 분당 아파트 매각 과정에서 화제가 됐던 '매도자 파이낸싱'이 이번엔 강남 한복판에서 실제 매물로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자곡아이파크' 전용 59㎡ 매물에 최근 "집주인 대출 6억원 가능"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20억 아파트, 왜 집주인이 대출을 해주나

이 매물은 지난달 29일 19억5,000만원에 처음 등록됐다가 최근 호가가 20억원으로 올랐다. 문제는 이 가격대에서 받을 수 있는 은행 대출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규제지역 기준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15억원 이하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는 최대 2억원까지로 가격대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한도가 줄어드는 구조다. 20억원짜리 이 아파트는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구간에 해당해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이 최대 4억원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 부족한 자금을 매도인(집주인)이 직접 빌려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매수인은 자기자본 10억원에 은행 대출 4억원, 여기에 매도인 차입금 6억원을 더해 20억원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구조다. 매도인은 이 6억원에 대해 시중 금리 수준의 이자를 매수인으로부터 받는다.

대통령 부부 사례와 판박이

이 거래 방식이 다시 주목받은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사례가 있다. 대통령 부부는 지난 14일 경기 성남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아파트를 29억원에 매도하면서, 매수인 앞으로 약 17억7,000만원 규모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실상 잔금 상당액을 대통령 부부가 채권 형태로 유예해준 셈이다.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해 "등기상 내용은 매수자의 사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공개되지 않아 이번 거래가 정확히 '셀러 파이낸싱'에 해당하는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결과적으로 강력한 대출 규제 속에서 급등한 집값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매도자 파이낸싱 자체는 새로운 기법이 아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을 때도 비슷한 거래가 확산된 바 있다. 대출 규제가 강해질 때마다 고가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등장해온 셈이다. 법적으로 금지된 거래 방식은 아니며, 잔금 마련이 어려운 매수인과 빠르게 집을 처분하려는 매도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 활용된다.

세무조사 대상이 될까 — 핵심은 '적정 이자'

이런 거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이 있다. 국세청이 이런 사인 간 대출을 세무조사로 들여다보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순히 사인 간 근저당이 설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지는 않는다"며 "자금 출처가 의심스럽거나 탈세 정황이 있는 경우에 조사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분당 아파트 근저당 건에 대해서도 국세청은 별도 세무조사 없이 "양도소득세 신고·납부가 제대로 이뤄지고 증여 문제가 없다면 정상 거래"라며 정상거래로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기서 핵심 변수는 '이자율'이다. 현행 세법상 적정 이자율은 연 4.6%로 정해져 있는데, 매도인이 이보다 낮은 이자를 받거나 아예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면, 시중 금리와의 차액만큼 매수인에게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 부부는 17억7,000만원 규모의 근저당을 설정했음에도 이자를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매달 약 678만원에 달하는 이자 상당액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증여세는 자금을 빌린 매수인이 부담하는 구조이며, 과세표준 1억원 이하 구간의 기본 세율은 10%다. 반대로 이번 강남 자곡동 사례처럼 매도인이 시중 금리 수준의 정상적인 이자를 받는다면, 이는 매도인의 이자소득으로 잡혀 소득세 신고 대상이 될 뿐 증여세 문제와는 거리가 있다.

필자가 보기엔 — 규제와 우회로의 반복되는 패턴

개인적으로 이번 사례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이 거래 방식이 등장하는 시점 자체가 하나의 신호라는 점이다. 2020년 15억 초과 주택 대출 전면 금지 때도, 그리고 지금의 대출 총량규제 국면에서도 매도자 파이낸싱이 어김없이 등장했다는 건, 규제가 강해질 때마다 고가주택 시장에서는 이를 우회할 수단이 함께 나타난다는 뜻이다. 대출 규제는 은행권을 통한 자금 조달을 조이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은행 밖에서 이뤄지는 개인 간 거래까지는 통제 범위 밖에 있다 보니, 결국 은행권 대출 대신 개인 간 사적 금융이 그 빈틈을 메우는 형태로 시장이 적응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짚어볼 부분은, 이런 거래가 늘어날수록 규제의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 대출만 조이고 개인 간 대출은 별다른 규제 없이 열려 있다면, 결국 자산이 충분한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서는 규제의 실질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20억원대 아파트를 사고팔 수 있는 계층은 애초에 이런 사적 대출을 주고받을 여력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거래가 특정 지역·가격대에서 얼마나 더 확산되는지가, 현재의 대출 규제가 실제로 겨냥한 효과를 내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실제 거래 시에는 세무·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용어 설명
셀러 파이낸싱(매도자 파이낸싱) — 매수인의 잔금 마련이 어려울 때, 매도인이 부족한 자금을 직접 빌려주고 근저당권 설정 등으로 채권을 확보하는 거래 방식.
주택담보대출(LTV) 한도 —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의 비율로, 규제지역에서는 가격대별로 대출 한도가 차등 적용된다.
적정 이자율 — 세법상 개인 간 금전 대차 시 증여세 문제를 피하기 위한 최소 기준 금리로, 현재 연 4.6%로 정해져 있다. 이보다 낮은 이자를 받으면 그 차액이 증여로 간주될 수 있다.

📰 참고 기사:
'집주인이 6억 빌려준다'…강남 아파트서 다시 등장한 '셀러 파이낸싱'
"20억 아파트, 6억 대출해 드려요"…규제 뚫은 '집주인 대출' 확산하나
매매 20억 "집주인 대출 6억"…고가 아파트 '셀러파이낸싱'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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