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과 주주환원을 둘러싼 내부 이슈를 걷어내고 나면,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움직이는 건 시장이다. 최근 두 회사의 목표주가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사건이 있었는데, 그 배경과 함께 9월 이후 주가에 영향을 줄 변수들을 짚어봤다.
목표주가 - 정반대라고?
8월 31일 LS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40만원에서 45만원으로 올리는 동시에,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33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낮췄다. 같은 리서치센터가 같은 날 낸 보고서에서 두 회사에 정반대 방향의 판단을 내린 셈이다.
삼성전자 상향의 근거 — HBM4 수율 개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상향은 HBM4 출하 확대와 양산성 개선을 근거로 했다. 산업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전체 HBM 출하량에서 HBM4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약 5%에서 2분기 약 35%까지 빠르게 올라갔다. 같은 기간 HBM4 혼합(Mixed) 수율도 전분기보다 5%포인트 이상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HBM4 공급 확대를 공식 발표했고, 업계 최초로 HBM4E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출하했다고도 밝혔다. HBM3E 세대에서 겪었던 고객 인증 지연과 낮은 양산성 문제가 HBM4에서는 완화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395조1,000억원, 내년에는 662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SK하이닉스 하향의 근거 — 독점 프리미엄의 정상화
SK하이닉스 목표주가 하향은 실적 악화가 아니라 '경쟁 정상화'가 근거였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는데,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HBM4 출하 확대와 양산성 개선이 확인되면서 주요 고객사들이 공급망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담당 연구원은 이번 조정이 HBM 수요 둔화나 메모리 사이클 종료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가정했던 내년 SK하이닉스의 HBM 초과 수익성이 그대로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HBM 영업이익률은 내년 80%까지 오를 것이라는 기존 전망 대신, 당분간 60%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하향 조정됐다. 다만 SK하이닉스의 HBM 출하 성장과 중장기 수요 자체에 대한 긍정적 시각, 그리고 차세대 제품에서의 기술 우위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메모리 가격은 이미 사상 최고치
이런 경쟁구도 변화와 별개로, HBM 가격 자체는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HBM 1개당 평균 수출가는 전달보다 9.5% 오른 76.13달러로, 사상 처음 70달러를 돌파했다. 다만 증권가는 메모리 가격의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격이 오르면서 서버 예산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높아진 만큼, 앞으로의 가격 상승 폭은 지금까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증권가는 이후 주가 흐름이 메모리 가격 자체보다 HBM4 공급 확대 속도와 신규 AI 수요처가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더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수급을 가를 세 가지 변수
여기에 매크로 변수까지 겹친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잭슨홀 발언 이후 9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35% 안팎에서 59.7%까지 치솟았다.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압력도 함께 커지는 분위기다. 증권가는 9월 반도체 시장이 결국 세 가지 변수가 맞붙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본다. 외국인의 차익실현이 계속될지, 개인 투자자의 저가 매수가 얼마나 버텨줄지, 그리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예고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외국인 매물을 얼마나 흡수할지다. 반도체 대형주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만큼, 이 자사주 매입은 개별 종목을 넘어 지수 전체의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겹쳐서 움직인다
지금까지 네 편에 걸쳐 살펴본 성과급, 주주환원, 노동쟁의 논쟁, HBM4 경쟁구도는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시기에 겹쳐서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대규모 성과급과 주주환원은 두 회사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쌓은 현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이고, 노동쟁의 논쟁은 그 현금 배분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며, HBM4 경쟁구도와 금리는 그 현금이 앞으로도 계속 쌓일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변수다. 다음 분기 실적에서 HBM4 출하 확대가 실제 수치로 확인되는지, 그리고 예고된 자사주 매입이 실제로 집행되며 수급을 얼마나 방어하는지가 앞으로 지켜봐야 할 지점으로 남는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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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Mixed) 수율 —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여러 등급의 결과물이 섞여 나올 때, 실제 판매 가능한 제품의 비율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
HBM4E — HBM4의 개선·확장 버전.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한 세대 앞선 기술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거론된다.
📰 참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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