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을 둘러싸고 벌인 갈등은, 사실 성과급 액수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 하나를 남겼다.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다툼이 애초에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노동쟁의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법조계와 정부조차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조법 2조 5호가 연 회색지대
2025년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른바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정의를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규정했다. 개정 이전 판례는 임금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번 개정으로 그 범위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넓어졌다. 과거에는 주로 앞으로의 임금·근로조건을 새로 정하는 문제가 쟁의 대상이었다면, 개정 이후에는 이미 정해진 권리나 계약을 지키라는 요구까지 일정 부분 쟁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지가 논란거리가 됐다.
"성과급은 자본배분 영역"이라는 학계 시각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논란에서 뚜렷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성과급 배분은 회사법적 자본 배분의 영역으로 노조법상 근로조건의 결정 사항이 아니다"라며, 개정 노조법이 이런 해석의 여지를 열어준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근로자는 임금채권자로서 정해진 임금을 고정적으로 보장받는 존재인 반면, 주주는 회사의 이익 중 채권자·임금 등을 다 제하고 남는 몫에만 참여하는 잔여청구권자다. 이 구도에서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잔여이익의 일부를 근로자가 성과급 형태로 배분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주식회사라는 제도의 기본 구조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해외는 어떨까 — 나라마다 완전히 다르다
이익 배분을 둘러싼 이 논쟁은 한국만의 것은 아니다. 다만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선진국은 노동자에게 이익을 나눠주지 않는다"거나 반대로 "다들 나눠준다"고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나라마다 접근 방식이 크게 갈린다.
| 국가 | 체계 | 법적 강제성 | 결정 방식 |
|---|---|---|---|
| 미국·영국 | 주주 우선주의 | 없음 | 회사 재량(스톡옵션·재량적 보너스) |
| 프랑스 | 의무적 이익배분(1967년 도입) | 법률로 강제(50인 이상 기업) | 초과이익(자기자본 5% 초과분)의 일정 비율을 법정 공식에 따라 전 직원에 배분(평균 연간 이익의 약 13%) |
| 독일 | 공동결정제(Mitbestimmung) | 법률로 강제(2,000인 이상 감독이사회 50%, 500~2,000인 3분의 1) | 근로자에게 이사회 의석은 법으로 보장하지만, 이익배분 자체는 법정 공식 없이 개별 단체협약으로 결정 |
| 캐나다 | 이연이익배분제도(DPSP) | 자율(세제 혜택으로 유인) |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 |
| 한국(이번 쟁점) | 성과급(OPI·PS) | 법정 강제 없음, 쟁의 대상 여부 자체가 논란 | 노사 합의 또는 쟁의행위를 통한 교섭 |
이 비교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프랑스와 한국의 차이다. 프랑스도 근로자가 회사 이익의 일부를 나눠 받는다는 결과 자체는 한국의 성과급 요구와 비슷하다. 다만 그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프랑스는 1967년 드골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회 입법으로 배분 비율과 대상 기업 규모를 법에 명시했고, 이후 모든 해당 기업에 동일한 공식이 일괄 적용된다. 개별 기업의 노조가 쟁의행위를 거쳐 회사별로 다른 비율을 얻어내는 구조가 아니다. 독일 역시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건 이사회에서의 발언권이지, 이익 자체를 나누는 고정 공식이 아니다. 즉 '근로자가 이익의 일부를 가져가야 하는가'라는 목적에 대한 답은 나라마다 갈리지만, 그 답이 '개별 기업 단위의 쟁의행위'가 아니라 '입법을 통한 사회적 합의'로 도출됐다는 점은 프랑스·독일 모두 공통적이다.
정부도 확실한 결론은 피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 이틀 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노동부는 별도로 "기업 투자, 공장 증설 등 사업경영상 결정 그 자체는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았고, 김 장관도 삼성전자의 특정 반도체 공장 건설 결정 자체는 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정작 이번 논란의 핵심인 성과급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주주 배당이나 법인세 납부에 앞서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요구하거나 이를 노사 교섭 대상으로 삼는 것은 경영권과 이사회 권한에 관한 사항으로, 노동쟁의 대상인지 여부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 머물렀다. 노동부는 이후 사례 중심의 해석지침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성과급 문제 자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2월 결렬부터 5월 타결까지, 석 달의 절차
이 사건은 이미 지난 5월 완전히 마무리됐다. 다만 그 과정을 정확히 짚어두면, '조정 중지'가 파업으로 곧장 이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2월 19일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임금교섭 결렬을 공식 선언했고, 다음 날인 2월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3월 4일 1차 조정마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되자, 노조는 3월 8일부터 18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이후 회사 측이 법원에 위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다, 5월 초 진행된 2차(사후) 조정마저 최종 결렬되면서 노조는 5월 4일 '조정 중지'를 공식 확인했다. 이 시점에서 노조는 절차적으로 파업에 나설 수 있는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가 됐다.
그런데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총파업이 예고됐던 5월 21일을 하루 앞둔 5월 20일,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자로 나서 노사 협상을 재개시켰다. 이 협상은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5월 21일 새벽 노사는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5월 27일 임금·단체협약 조인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즉 '조정 중지'는 파업 요건을 갖추는 절차적 단계였을 뿐, 그 자체로 파업이 실행됐다는 의미는 아니었고, 실제로는 정부 중재를 거친 노사 합의로 사건이 종결됐다.
절차 통과와 요구의 정당성은 별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조정 중지라는 절차적 확인이 노조가 내건 개별 요구(성과급 제도화 등) 하나하나의 법적 정당성까지 검증해준 건 아니라는 점이다. 노동위원회가 내리는 조정 중지 결정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더는 합의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절차적 판단이지, 쟁의 대상으로 오른 요구 항목이 노동쟁의의 정의에 정확히 부합하는지를 심사하는 절차가 아니다. 실제로 5월 20~21일 타결된 잠정합의안에는 성과급 제도화 요구를 향후 10년간 적용하되, 앞으로 1년간 노사가 구체적인 배분 방식을 계속 논의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절차적으로 파업 요건은 갖췄지만, 정작 그 요구의 세부 내용은 합의 이후에도 계속 논의해야 할 만큼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봉합됐던 셈이다.
정치권까지 번진 재개정 논의
이번 갈등은 삼성전자 한 곳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대기업 노조들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를 본격화하면서, 비슷한 갈등이 산업 현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야권을 중심으로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예고된 파업이 노란봉투법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법 시행 이후 노동쟁의 대상 범위가 넓어지고 쟁의에 따르는 법적 부담이 줄어들면서 기업 경영 전반이 노사 갈등의 영역으로 확대됐다는 게 재개정론의 논지다.
결론 없는 논쟁이 남긴 것
결국 이번 사안에서 분명해진 건 하나다. 성과급을 둘러싼 다툼이 노동쟁의에 해당하는지는 법조계·정부 모두 명확히 결론 내리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최준선 교수 같은 학계의 시각은 "이건 애초에 노동쟁의가 아니다"에 가깝지만, 이게 법원 판례로 확정된 건 아니다. 노동부도 사업경영상 결정(공장 건설 등)은 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은 그었으면서도, 정작 성과급 문제에는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유보적 태도만 보였다. 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노조는 절차적으로 파업 요건을 갖췄지만, 이것이 성과급 요구 자체의 정당성까지 확인해준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아 있다. 해외 사례를 봐도 '근로자가 이익의 일부를 가져가야 하는가'라는 목적 자체에는 프랑스처럼 법으로 긍정하는 나라도 있지만, 그 경우에도 방식은 개별 기업의 쟁의행위가 아니라 입법을 통한 사회적 합의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즉 이번 삼성전자 사례는 이 질문에 답을 준 게 아니라, 답이 아직 없다는 사실 자체와, 그 답을 어떤 절차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거리를 함께 드러낸 사건에 가깝다. 앞으로 비슷한 갈등이 다른 기업에서도 반복된다면, 그때마다 이 미확정 상태가 어느 방향으로 정리될지가 국내 노사관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본 포스팅은 특정 정치 세력이나 노사 어느 한쪽을 지지·비판할 목적이 아니며, 공개된 법조계·정부 발언을 종합해 전달하는 정보 전달 목적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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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쟁의 — 노사 간 주장이 불일치해 더 이상 자율적 교섭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상태. 노동쟁의로 인정돼야 적법한 쟁의행위(파업 등)에 나설 수 있는 절차적 요건이 갖춰진다.
잔여청구권자 — 회사의 수익 중 채권자·임금 등 확정된 몫을 모두 지급하고 남는 부분에 대해서만 권리를 갖는 사람. 통상 주주가 이에 해당한다.
조정 중지 — 노동위원회가 노사 간 자율 조정이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해 조정 절차를 끝내는 결정. 이 결정이 나면 노조는 절차적으로 쟁의행위(파업)에 나설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된다.
공동결정제(Mitbestimmung) — 독일에서 근로자 대표가 회사 감독이사회(Aufsichtsrat)에 참여해 경영상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제도. 이익 배분 자체를 정하는 제도는 아니다.
의무적 이익배분(Participation) — 프랑스가 1967년 법으로 도입한 제도로,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초과이익의 일정 비율을 법정 공식에 따라 전 직원에게 나눠주도록 강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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