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8일 금요일

바이오·제약주 4부작 - 3편 왜 개미는 매번 같은 방식으로 뛰어드는가

제넨셀, 신라젠, 헬릭스미스까지 매번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데도, 개인투자자들은 왜 계속 비슷한 방식으로 뛰어들까. 답은 실력 부족이 아니라 애초에 이 게임의 구조 자체에 있다. 전문 투자자조차 어려워하는 영역에, 정보는 항상 뒤늦게 도착하고, 그 사이를 심리적 편향이 메운다.

전문 투자자도 어려운 영역

신약개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심사역의 이력을 보면 생명과학 석·박사, 의사, 약사, 변리사 출신이 허다하다. 이들조차 대표이사의 성향, 거시경제 흐름, 해외 경쟁사의 연구개발 속도, 약물의 초기 데이터 등 수많은 변수를 따져가며 투자를 판단하고, 그럼에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바이오 투자를 둘러싼 개인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이 늘어나는 배경에 대해 "바이오 투자는 당장의 실적보다 장기의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모험자본의 성격이 강하다"며 "전문적인 분야 특성상 경영진과 투자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크다"고 짚었다. 전문 인력을 갖춘 기관도 어려워하는 판단을,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언론 보도나 종목 게시판, 증권사 리포트에 의존해 내려야 한다.

회전율 1,600%, 그런데 수익률은 지수만도 못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국내 개인투자자 약 20만 명의 2020년 3~10월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개인투자자의 거래회전율은 연 1,600%에 달했다. 그런데 정작 투자 수익률은 같은 기간 주가지수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과도한 거래와 저조한 성과가 유동성 수요나 정보 비대칭 같은 합리적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신 행태적 편의(behavioral bias), 즉 비합리적 심리 요인이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에서 짚은 대표적인 네 가지 편의는 다음과 같다.

  • 과잉확신(Overconfidence) — 자신의 판단이 실제보다 정확하다고 믿는 경향. 임상 관련 뉴스 하나만 보고도 스스로 충분히 분석했다고 착각하기 쉽다.
  •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 — 수익 난 종목은 빨리 팔고, 손실 난 종목은 오래 붙들고 있는 경향. 임상 실패로 급락한 종목을 "언젠가 회복하겠지"라며 계속 보유하게 만든다.
  • 복권형(Lottery-type) 주식 선호 — 확률은 낮아도 대박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선호하는 경향. 신약 하나가 성공하면 주가가 수십 배 뛸 수 있다는 서사가 여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 군집거래(Herding) — 남들이 사니까 따라 사는 행동. 상한가를 기록 중인 종목, 거래량이 폭증한 종목에 몰리는 심리다.

"호재 직전에 사서 직후에 판다"는 환상

바이오 투자자들이 흔히 꿈꾸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임상 승인이나 기술 수출 같은 호재가 나오기 직전에 사서, 발표 직후에 파는 것이다. 문제는 이 시나리오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건 정보를 미리 아는 쪽뿐이라는 점이다. 1편에서 살펴본 제넨셀 사례가 정확히 이 구조를 보여준다. 세종메디칼은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직전 약 113억원을 투자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는데, 이후 주가는 네 배가량 폭등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선 건 승인이 공식 발표된 이후였다. 곧 호재가 임박했다는 언론 보도나 기업 IR, 증권사 리포트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더욱 부추기는 경우도 많은데, 정작 이런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는 시점은 이미 진짜 호재가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한 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은 시가총액이 키우는 변동성

국내 바이오 종목 특유의 높은 변동성에는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한 바이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대체로 시가총액이 작아 수급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고, 산업 특성상 높은 수준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데도 배경지식이 부족한 비전문가들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일이 잦다고 지적했다.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라면 소수의 매매만으로 주가가 급변하기 어렵지만, 코스닥의 중소형 바이오주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도 주가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구조를 알아야 덜 다친다

정리하면 개인투자자가 바이오주에서 반복적으로 손실을 보는 이유는 단순한 '무지'나 '욕심' 때문만은 아니다. 정보가 공개되는 시점 자체가 이미 내부자·기관보다 한참 늦고, 여기에 과잉확신·처분효과·복권형 선호·군집거래 같은 행동 편향이 겹치면서 손실이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것에 가깝다. 다만 이게 "바이오 투자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런 위험을 뚫고 실제로 성과를 낸 국내 신약 개발 사례와, 임상시험이 실제로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과 낮은 확률을 통과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본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바이오·제약주 4부작 - 2편 되풀이되는 바이오 잔혹사


📖 용어 설명
행태적 편의(Behavioral Bias) — 인간의 비합리적 심리 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체계적인 판단 오류. 전통 경제학이 가정하는 '합리적 투자자' 모델로는 설명되지 않는 투자 행태를 설명하는 데 쓰인다.
거래회전율 — 일정 기간 거래된 주식 수를 전체 발행주식 수로 나눈 비율. 이 수치가 높을수록 매매가 잦다는 뜻이다.
처분효과 — 손실 종목은 회복을 기대하며 오래 보유하고, 수익 종목은 이익을 실현하려 서둘러 파는 심리적 경향.

📰 참고 기사:
국내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와 거래행태 - 자본시장연구원
"불확실성 높은 모험자본 성격, 정보의 비대칭성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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