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8일 금요일

바이오·제약주 4부작 - 2편 되풀이되는 바이오 잔혹사

2019년 여름, 코스닥을 대표하던 바이오 4개 종목이 두 달 사이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시가총액 10조원을 넘봤던 종목의 주가가 일주일 만에 70% 가까이 폭락하는가 하면, 정부 허가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제넨셀 사건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신라젠 — 시총 10조에서 증발까지

신라젠은 종양살상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을 개발하던 바이오 기업이다.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FDA 임상 3상이 진행 중이었는데, 시장은 펙사벡의 신약 허가 가능성에 주목했다. 신라젠 시가총액은 2017년 말 10조원을 돌파하며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다. 그런데 2019년 8월 1일(미국 현지시간), 임상 3상을 감독하던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무용성 평가' 결과를 통보했다. 계속 진행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었고, 임상 중단 권고가 뒤따랐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신라젠 주가는 2~7일 사이 70% 가까이 폭락했다. 한 달여 만에 시가총액 2조1,565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후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와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까지 겹치면서 거래가 정지됐고, 신라젠은 상장폐지 심사까지 받는 처지에 몰렸다. 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라젠 임직원 4명은 스톡옵션 행사로 50억~100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챙겼는데, 이들 대부분은 사태가 터지기 전 이미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코오롱생명과학 — 허가 서류의 오류

비슷한 시기,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도 무너졌다. 허가받은 성분과 실제 제품 성분이 다르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품목허가가 취소된 것이다. 수년간 시판되며 환자들에게 투여됐던 약이, 애초에 허가 서류상의 성분 정보부터 잘못돼 있었다는 사실은 K바이오 업계 전반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줬다.

헬릭스미스 — "신약개발은 실패를 거듭하는 숙명"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2019년 9월, 이 임상이 최종 실패로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쳤다. 1년 반 만에 시가총액이 10분의 1 토막 났고, 유상증자가 실패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신약개발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며 "실패로 꼬꾸라진 시체들을 넘고 넘어야 하는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바이오업계가 신약개발을 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안 된다는 판단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에이치엘비 — 같은 해 세 번째 좌초

에이치엘비의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역시 같은 시기 글로벌 임상 3상의 관문을 넘지 못했다. 신라젠(펙사벡), 코오롱생명과학(인보사)에 이어 에이치엘비까지, 2019년 상반기에만 기대를 모았던 국내 신약 후보물질 세 개가 연속으로 좌초하면서 K바이오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바이오 기업 9곳의 시가총액이 신라젠 사태 이후 나흘 만에 5조원 넘게 증발했을 정도다.

매수추천 보고서는 끝까지 나왔다

이 네 경우를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신라젠, 헬릭스미스, 코오롱티슈진(코오롱생명과학 계열) 모두 임상 중단이나 허가 취소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도 증권사의 '매수추천' 보고서가 나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막연한 기대만으로 이들 종목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행태도 지금의 사태를 키웠다"고 짚었다. 전문 애널리스트조차 임상 실패 가능성을 미리 짚어내지 못했거나, 짚었더라도 시장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7년이 지나도 반복되는 패턴

2019년의 이 네 사건과 2026년 제넨셀 사건 사이에는 7년이라는 시간차가 있지만, 구조는 놀랍도록 비슷하다. 임상 관련 호재나 악재 발표를 전후한 내부자·기관의 매매와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의 손실, 그리고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이어지는 낙관적 전망까지 판박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런 패턴이 왜 반복되는지, 즉 개인투자자들이 왜 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뛰어들게 되는지를 살펴본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바이오·제약주 4부작 - 1편 제넨셀 사건, 승인 직전 809억 매도 직후 689억 매수


📖 용어 설명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 — 임상시험 진행 중 독립적으로 데이터를 검토해, 시험을 계속할지 중단할지 권고하는 위원회.
무용성 평가 — 임상시험을 끝까지 진행해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중간 평가. 이 평가가 나오면 임상 중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관리종목 지정 — 재무 상태 악화 등의 사유로 거래소가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 참고 기사:
되풀이되는 바이오 간판스타의 비극
[바이오 공시 잔혹사] ④코스닥 2위에서 거래정지까지…신라젠
잇따른 신약 임상시험 실패에 무너진 제약·바이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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