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승인이라는 호재가 발표되기 직전, 누군가는 800억원어치를 팔았고 누군가는 700억원 가까이 사들였다. 같은 종목, 같은 시점에 벌어진 이 정반대의 거래가 지금 제넨셀 사태의 핵심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라는 꿈에서 시작해 상장폐지로 끝난 이 사건의 타임라인을 정리했다.
의료기기 업체에서 치료제 개발사로
제넨셀은 원래 의료기기를 만들던 회사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자 치료제 개발사로 변신했고, 2020년 인도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관련주 테마가 형성됐다. 이 시기 제넨셀에 투자한 KH필룩스 주가는 인도 현지 기업과의 업무협약 소식에 하루 만에 29.89%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KH필룩스는 보유하던 제넨셀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승인 직전 809억원 매도, 직후 689억원 매수
2021년 10월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국내 임상 2·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 그런데 이 승인을 전후한 거래 내역이 심상치 않다. 당시 제넨셀 최대주주였던 세종메디칼 주가는 승인 전날인 10월 25일 7,840원에서 10월 29일 4,115원으로, 불과 4거래일 만에 47.5% 급락했다. 이 시기 세종메디칼의 주요 주주였던 투자조합들이 대규모로 지분을 처분한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국회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일부 투자조합은 임상시험계획 승인 직후인 10월 27~28일 이틀 동안 약 809억원 규모의 세종메디칼 주식을 처분해 취득가 대비 183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반면 같은 승인 발표 이후 5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세종메디칼 주식 68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대형 투자조합이 호재 발표를 전후해 빠져나가는 사이, 뒤늦게 호재 소식을 접한 개인들이 그 자리를 채운 셈이다.
임상 데이터, 삭제되거나 누락됐나
제넨셀을 둘러싼 의혹은 거래 내역에서 그치지 않는다. 임상 2상 과정에서 실제로는 93명에게 약물을 투약했는데, 이후 식약처에 임상 2상 승인을 신청하면서 관련 실험 결과 일부를 삭제하거나 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2024년 9월 허위정보로 투자를 유치했다는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 당시 제넨셀이 실제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었고 투자 결정이 기망에서 비롯됐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까지 번진 로비 의혹
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따로 있다.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하고 후원금 500만원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브로커 사건에, 김승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2021년 10월 관련자 간 문자 교환, 같은 해 12월 후원금 송금 시도, 2023년 6월 언론 최초 보도, 2024년 12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 2025년 5월 헌법소원 청구를 거쳐, 2026년 8월 김승원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이 논란이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책임 있는 자에게 수사가 필요하면 수사하고, 피해 회복에 필요한 것들을 잘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별개로 최근에는 제넨셀 투자자였던 KH필룩스 주식으로 차익을 챙긴 혐의자의 계좌를 전직 증권사 직원이 관리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는데, 이 계좌관리인은 다른 상장사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핵심 피의자들의 계좌를 운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상장폐지, 투자자산은 0원
코로나19 치료제 테마로 묶였던 관련 상장사들의 결말은 대부분 비슷했다. 상한가를 여러 차례 기록했던 종목들이 결국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고, 투자자산이 사실상 0원이 된 투자자들이 남았다. 화려하게 시작해 씁쓸하게 끝난 이 사건은, 사실 한국 바이오·제약주 역사에서 반복돼온 패턴의 가장 최근 사례일 뿐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보다 앞서 2019년 한 해 동안 연쇄적으로 터졌던 비슷한 사건들을 살펴본다.
(※ 본 포스팅에서 다룬 의혹들은 수사·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이미 판단이 내려진 사안을 공개된 보도에 근거해 전달한 것으로, 특정인의 유죄를 단정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투자 권유 목적의 글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임상 2·3상 — 신약 후보물질을 사람에게 투여해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단계. 2상은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적정 용량과 효과를, 3상은 다수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치료제와의 비교 효과를 검증한다.
미공개정보 이용 —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중요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는 행위.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는 대표적인 불공정거래로 규제 대상이다.
📰 참고 기사:
상한가 속출했던 '제넨셀' 관련주…투자자산 '0원'·상폐 결정까지
세종메디칼 임상승인 직후 주가 반토막…"주가조작 의혹 규명해야"
제넨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로비 의혹 - 나무위키
제넨셀 주가 급등락 배경과 투자시 유의할 점
제넨셀 주가조작 주요 혐의자, 전직 증권사 출신 계좌관리인과 유착 의혹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