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연속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을 웃돌며 전년 동기 대비 19배 가까이 급증했는데, AI발 메모리 수요가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강했다.
영업이익 89.5조원, 전년 대비 19배
삼성전자는 30일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LSEG 스마트추정치(예측 정확도가 높은 애널리스트 위주로 가중치를 둔 컨센서스) 기준 매출 예상치(172조6,500억원)에는 소폭 못 미쳤지만, 영업이익은 예상치(88조1,300억원)를 웃돌았다. 전년 동기(4조6,800억원)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약 19배 늘었고, 직전 분기(57조2,300억원) 대비로도 56% 증가했다. 순이익도 전년 대비 약 6배 늘었다. 이날 실적 발표 직후 삼성전자 주가는 초반 거래에서 1.6% 올랐다.
HBM4 확대, 세계 최초 HBM4E 샘플 출하
이번 실적을 이끈 건 압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부문(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이다. 이 부문 매출은 전분기 대비 56% 늘며 사상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동시에 갈아치웠다. 삼성전자는 이번 분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판매를 확대했고, 업계 최초로 차세대 제품인 HBM4E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밝혔다.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 등 고성능 AI 프로세서에 탑재되는 최신 메모리다. 회사는 3분기 HBM4 판매량이 3배 넘게 늘고, 하반기 전체 HBM 매출의 60% 이상을 HBM4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버용 매출 비중도 역대 최고 수준까지 확대됐다.
반도체는 웃었지만, 스마트폰은 울었다
다만 모든 사업부가 좋았던 건 아니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모바일 사업부는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부품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사상 첫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도 적자를 이어갔고, TV·생활가전 부문도 소폭 손실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파운드리의 경우 HBM4 베이스다이 생산 확대와 4나노 공정 가동률 개선에 힘입어, 지난 6월 2023년 이후 처음으로 월간 흑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며 회복 조짐도 함께 나타났다. 회사는 하반기에도 서버 중심의 견조한 메모리 수요와 AI 인프라 투자 확대, '에이전틱 AI' 확산에 힘입어 서버용 D램·기업용 SSD·HBM 수요가 계속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필자가 보기엔 — 삼성전자 실적이 SK하이닉스와 다르게 읽히는 이유
개인적으로 이번 실적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바로 전날 발표된 SK하이닉스 실적과의 온도차다.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컨센서스에 못 미쳐 '어닝쇼크'로 받아들여졌는데, 삼성전자는 매출이 예상치를 소폭 밑돌았음에도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시장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으로 반응했다. 두 회사 모두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받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이 갈린 배경에는 '얼마나 예상을 크게 벗어났는가'라는 기대치 관리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짚어볼 부분은, 이번 실적에서 확인된 사업부 간 극심한 온도차다. 메모리 사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동안, 모바일 사업부는 오히려 그 메모리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아 첫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는 건 역설적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공급자인 동시에 메모리 수요자이기도 한 독특한 사업구조를 가진 데서 비롯된 결과다. 결국 지금의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언제까지,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이 회사 전체 실적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변수인 셈이다. 회사 스스로도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만큼, 이 흐름이 얼마나 오래갈지가 다음 분기 이후에도 계속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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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HBM4E(고대역폭메모리) — D램을 수직으로 여러 층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최신 세대 고성능 메모리로, AI 서버용 GPU에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 — 삼성전자의 반도체(메모리·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사업을 총괄하는 부문.
에이전틱 AI(Agentic AI) — 사용자의 지시를 기다리기보다, AI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필요한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형태의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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