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 경기가 4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살아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현장 관리자들은 지금 상황이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좋은 지표와 나쁜 체감이 동시에 나오면서, 연준의 다음 선택은 더 복잡해졌다.
ISM 제조업 지수, 4년래 최고치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5.6으로, 전월(53.3) 대비 2.3포인트 오르며 2022년 5월(55.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가 예상치(54.0)도 웃돌았다. 신규수출주문(56.7)과 수주잔고(55) 등 수요 지표가 고르게 개선됐고, 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6.3포인트 급등했다. 특히 고용지수는 52.8로 전월(49.7) 대비 크게 반등하며, 33개월 만에 처음으로 확장 국면(50 이상)에 진입했다.
응답자 62% "부정적" — "팬데믹이 차라리 나았다"
지표는 좋았지만 설문에 응한 현장 관리자들의 코멘트는 정반대였다. 이번 조사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낸 응답자 비율이 62%에 달했는데, 이 중 57%가 가격 변동성을, 43%가 이란 전쟁을, 18%가 관세를, 22%가 리드타임(납기) 연장을 문제로 꼽았다. 1차금속업계의 한 임원은 "금속 시장엔 정상성이란 게 안 보인다"며 "지금 이 상황에 비하면 코로나19 팬데믹의 혼란이 오히려 관리하기 쉬웠다는 그리움마저 든다"고 말했다. 전기장비·가전 업계의 한 응답자도 "이 시장의 가격 변동성과 납기 지연은 팬데믹 시절보다 심하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코로나19 때는 가격 급등과 재고 사재기가 몰렸다가 결국 진정됐는데, 지금은 가격과 납기 모두 진정될 기미 없이 계속 오르기만 한다"고 전했다. 물가 압박도 여전하다. 가격지수(Prices Paid)는 71.1로 전월(73.0)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이는 응답자의 약 4분의 3이 여전히 가격 상승을 보고했다는 뜻이며 22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진 것이다.
증시는 반겼지만, 연준 부담은 커졌다
지표 발표 후 다우존스 지수는 1.37% 오르며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애틀랜타 연은의 실시간 성장률 추정치(GDPNow)도 5%에서 6.2%로 뛰어올랐다. 유럽 주요 증시도 강세로 마감했다. 다만 이 반응이 마냥 좋은 신호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살아나는데 물가 압박까지 2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는 조합은, 연준이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근거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번 지표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오히려 높였다고 평가했다.
필자가 보기엔 — 통계는 회복, 현장은 팬데믹급 혼란
개인적으로 이번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같은 상황을 두고 통계와 현장의 체감이 정반대로 갈린다는 점이다. PMI·고용·생산 같은 숫자만 보면 제조업은 4년 만에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런데 그 숫자를 만들어낸 당사자들은 오히려 "팬데믹이 나았다"고 말한다. 이 괴리는 지표가 틀렸다기보다, PMI 같은 확산지수가 '방향'만 측정할 뿐 '고통의 크기'는 담지 못한다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조금 둔화됐어도(73.0→71.1) 여전히 22개월째 계속 오르고 있다면, 현장 입장에서는 "나아지고 있다"는 체감이 들기 어렵다.
다만 이런 괴리 자체가 연준에는 오히려 더 다루기 까다로운 신호라고 본다. 지표가 나쁘면 금리 인하 명분이 분명해지고, 지표가 좋으면서 물가도 잡히면 동결 명분이 분명해지는데, 지금처럼 '지표는 좋은데 물가도 안 잡히고 현장 체감은 팬데믹급으로 나쁜' 상황은 어느 쪽으로도 명확한 답이 안 나온다. 이란 전쟁, 관세처럼 지표에 다 반영되지 않는 지정학적 변수까지 겹쳐 있어, 다음 지표 하나하나가 연준의 9월 결정에 그만큼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국면으로 보인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ISM 제조업 PMI — 공급관리협회(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가 매달 발표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밑돌면 위축을 의미한다.
가격지수(Prices Paid Index) — 제조업체가 원자재·부품을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이 전월 대비 얼마나 올랐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로, 50을 넘으면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GDPNow —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각종 경제지표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산출하는 분기 GDP 성장률 실시간 추정치.
📰 참고 기사:
Manufacturing survey shows inflation worries 'worse than pandemic era,' adding to Fed pressure
PMI Reaches Highest Point Since 2022
US ISM Manufacturing PMI for July 55.6 versus 54.0 estim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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