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6일 일요일

'변덕'에서 '제도'로…트럼프 새 관세, 이번엔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5일(현지시간) 60개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새 관세를 발동했다. 앞선 강제노동 명분 논란과는 별개로, 시장에서는 이번 관세가 과거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은 '일시적 협상 카드'에서 '항구적 제도'로의 전환이다.

왜 '이번엔 다르다'고 하나

스페인 IESE 경영대학원의 마틴 제이콥 회계학 교수는 이번 관세 재도입이 "관세를 미국 경제정책의 항구적 특징으로 유지하려는 백악관의 의도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는 "이전의 임시 조치들이 만료 시한에 다가서면서, 백악관은 더 영구적인 관세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며 "이번 조치는 단순한 단기 협상용 포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관세는 지난해 4월 '해방의 날' 관세처럼 시장에 충격을 준 급진적 조치가 아니라, 예정된 만료 시한(7월 24일)에 맞춰 예고된 대로 시행된 조치였다. 그래서 25일 시행 당일 시장의 초기 반응도 비교적 잠잠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이미 이 조치를 상당 부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패소 이후 바뀐 전략 — 통상법 301조

이번 조치의 진짜 차별점은 법적 근거에 있다. 글로벌 금융서비스 기업 에버리의 매튜 라이언 시장전략 총괄은 "잠깐의 소강상태를 지나, 그 무서운 '관세(Tariff)'라는 단어가 다시 투자자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며 "통상법 301조로의 전환은, 앞서 대법원이 이전 관세를 무효화할 수 있었던 법적 취약점 자체를 제거한다"고 짚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근거로 한 관세를 밀어붙였다가 올해 초 대법원에서 패소했는데, 이번엔 국제무역법상 오랫동안 활용돼온 통상법 301조를 근거로 삼아 사법 리스크 자체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백악관은 이번 조치 외에도 과잉 산업생산능력, 베트남의 지식재산권 침해 의혹, 반도체·로봇공학 등 전략산업의 국가안보 관련 조사까지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여러 건의 추가 관세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1기 집권 초반의 '깜짝 발표'식 관세와 달리, 이번엔 법원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 좀 더 전통적이고 검증된 통상법 체계를 활용해 관세 장벽을 항구적으로 다지려는 국면으로 접어든 셈이다.

왜 하필 지금 — 유가발 인플레이션과 겹쳤다

이번 관세 발효 시점이 공교롭게도 국제유가 상승과 겹치면서, 통화정책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라이언은 "연준이 올해 말까지는 금리를 동결하고 2027년에 완화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존 기대에서 벗어나,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둘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이 이미 오름세인 유가와 겹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숫자로 보면

  • 60개국·99.4%: 이번 관세 대상국 수와 이들이 차지하는 미국 무역 비중
  • 10~12.5%: 새로 부과되는 관세율 구간
  • 1,660억 달러: 지난해 '해방의 날' 관세로 거둔 세수 규모(다만 이후 수입업자 환급으로 순액은 마이너스로 전환)
  • 310억 달러: 국가비상사태 근거의 임시 관세(150일)로 7월 5일까지 부과된 세수 — 법원이 위법 판단을 유지할 경우 이 역시 환급 대상

필자가 보기엔 — '변덕'에서 '제도'로

개인적으로 이번 조치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관세 정책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1기와 집권 초반의 관세는 협상 압박용 카드에 가까웠다. 상대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양보를 얻어내면 낮추거나 없애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애초부터 법적으로 뒤집기 어려운 통상법 조항을 골라 쓰고, 여러 산업·국가를 겨냥한 후속 조사까지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용 변수'가 아니라 '고정된 제도'로 자리 잡으려는 모습에 가깝다. 시장이 이번 발효에 상대적으로 덤덤하게 반응한 것도, 역설적으로 이 관세가 일시적 소동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걸 시장이 이미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다만 짚어볼 부분은, 이런 '제도화'가 정부 재정에는 마냥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관세로 거둔 세수가 수입업자 환급 처리로 오히려 순감소로 돌아섰고, 임시 관세로 걷은 310억 달러도 법원 판단에 따라 환급될 수 있는 불안정한 재원이다. 관세를 항구적 제도로 굳히려는 시도 자체가, 역설적으로 지금까지의 관세 수입이 법적으로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 위에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결국 이 관세 체계가 실제로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는 앞으로 이어질 소송 결과와 각국과의 개별 협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달려 있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용어 설명
통상법 301조(Section 301) —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미국이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미국 통상법 조항으로, 국가비상사태 근거보다 법적으로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 2025년 4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전방위적 관세 조치로, 시장에 큰 충격을 준 급진적 조치로 평가된다.
국가비상사태 근거 관세 —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별도 입법 절차 없이 신속하게 부과하는 관세로, 올해 초 미국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 참고 기사:
Why Trump's new tariff blitz is very different this time round
This Wave of Trump Tariffs Is Likely Here to Stay; More Are Coming
Trump's New Tariffs on Over 80 Countries, Expla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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