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9일 수요일

코스피 이틀 연속 폭락,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코스피가 이틀 연속 폭락했다. 28일 10.69% 급락에 이어 29일에도 장중 서킷브레이커가 재발동되며 결국 5.98% 내린 5663.24로 마감했다. 정부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는데, 실제로 얼마나 맞는 말인지, 그리고 이 급락이 큰손의 위험 회피인지 개미의 공포 매도인지 데이터로 짚어봤다.

역대급 낙폭 — 1990년 이후 최악의 한 달

하나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29일 보고서에서 "7월 코스피 월간 변화율은 -28.9%로 1990년 이후 월간 하락률 1위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2위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27.3%), 3위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23.1%)다. 실제로 네이버 금융 시세 기준으로 보면, 지난 6월 22일 9,114.55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이날(29일) 종가 5,663.24까지 밀리며 약 37.87%(3,451.3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조정기(2021년 6월~2022년 9월, 1년 3개월간 -34.7%)의 낙폭을 단 한 달여 만에 넘어선 수준이다.

정부 "우리만의 현상 아니다"…촉발 요인은 맞지만 진폭은 다른 이야기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순방을 수행 중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현지 브리핑에서 "지난 2~3개월 큰 변동성이 나타난 것은 우리 시장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며 이번 사태를 과거 '딥시크 쇼크'와 유사한 흐름으로 진단했다. 그는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상하이 증시 상장 흥행과, 중국 국영기업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 소식을 촉발 요인으로 꼽으며 "AI의 성능과 별도로, 투자액이 실제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냐는 논쟁이 계속되는 점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실장 스스로도 한국 시장의 유독 큰 변동폭은 인정했다. 그는 "변동의 중심부에서 10 정도의 변화가 생기면 우리나라에선 20~30 정도로 나타난다"며 개인투자자와 파생상품(레버리지 ETF)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 구조가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정리하면 '촉발 요인'은 분명 글로벌(중국발 반도체 경쟁, AI 밸류에이션 논쟁)이라는 점에서 정부 진단이 맞지만, 정작 하락의 '폭' 자체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컸다는 점에서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라는 표현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지점이 남는다.

큰손은 팔았나, 담았나 — 이틀간 엇갈린 수급

이런 급락장에서 흔히 나오는 추측 중 하나는 "위험을 먼저 감지한 큰손들이 이미 충분히 수익을 낸 자산을 정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실제 수급 데이터를 보면 이 추측과는 결이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폭락 첫날인 28일, 외국인은 약 5조원을 순매도하며 뚜렷한 위험 회피 행보를 보였다. 그런데 둘째 날인 29일 오전에는 외국인 매도 규모가 3,000억~4,000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여전히 순매도이긴 하지만 속도가 눈에 띄게 완화된 것이다. 더 흥미로운 건 기관의 움직임이다. 기관은 이틀째 오히려 저가 매수에 나서며 29일 오전에만 4,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2,000억원까지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위험 감지에 따른 수익실현'보다는 '과매도 국면에서의 저가 매수'에 가까운 패턴이다.

개미는 공포에 던졌나 — 이틀간 정반대로 움직인 개인 수급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개인 투자자의 행보다. 28일 폭락 당일에는 개인이 오히려 4조3,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를 시도했다. 그런데 하루 뒤인 29일에는 다시 6,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 규모로 순매도로 돌아섰다. 하루는 사고 하루는 파는 변덕스러운 패턴이 데이터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다행히 우려했던 '반대매매 연쇄'(신용융자로 산 주식이 강제 청산되며 추가 급락을 부르는 현상)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7월 초 있었던 비슷한 폭락 국면에서도 반대매매 규모가 전일보다 오히려 줄어드는 흐름이 확인된 바 있어, 이번에도 이 지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반대매매도 없었는데 왜 이렇게 빠졌나 — 레버리지의 자기증폭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신용융자에 따른 반대매매(강제청산)조차 본격화되지 않았다면, 실제 매도 물량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을 텐데 지수는 왜 이렇게까지 흔들렸을까. 답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자기증폭' 구조에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처럼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에 걸린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대비 정확히 2배의 수익률을 매일 맞춰야 하는 상품이다. 그런데 주가가 떨어지면 이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ETF 운용사가 해당 주식을 추가로 더 팔아야 하고, 이 매도가 다시 주가를 떨어뜨리며 또 다른 매도를 부르는 '하락→매도→추가 하락→추가 매도'의 피드백 루프가 만들어진다. 이는 투자자들의 판단에 따른 매도가 아니라, 상품 구조상 기계적으로 발생하는 매도라 실제 체감 매도 심리보다 훨씬 큰 압력을 만들어낸다. 이 레버리지 ETF의 자기증폭 구조 자체는 시장이 오를 때도 똑같이 작동해, 상승장에서는 반대로 매수를 더 부추기며 급등을 만들어낸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은 기초자산 거래대금의 20~30% 수준으로, 미국(약 5%)보다 4~6배가량 높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국내 증시 급락의 배경으로 이 레버리지 ETF발 프로그램 매도를 지목하며, 반도체 펀더멘털 자체의 훼손이 아니라 수급 왜곡에 따른 결과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삼성증권 조아인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기업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유동성이 제한된 환경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라며, 주식을 살 수 있는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6월 초 약 140조원에서 7월 말 106조원 수준으로 24% 넘게 줄었다는 점도 짚었다. 즉 팔려는 물량을 받아줄 매수 대기자금 자체가 말라 있었던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매도 물량으로도 가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 — "과매도, 다만 조건부"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역대급 과매도 국면에 있다"며 "메모리 피크아웃, 중국의 증설 경쟁, 연준 금리 인상 우려가 존재하지만 아직 잠재적 위험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현재 낙폭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하나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의미 있는 반등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외국인 순매수 전환'을 꼽았다. 그는 "급락 이후 반대매매 및 손절 여파로 국내 수급 주체들이 무력화되는 구조 특성상, 지수 반등에는 외국인 매수가 사실상 필연적"이라며, 특히 반도체 대형주(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낙폭과대·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이라는 점에서 반등의 핵심 관찰 대상이라고 짚었다.

필자가 보기엔 — '역사적 과매도'와 '확정된 바닥'은 다른 이야기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전문가들이 짚은 '과매도 국면'이라는 진단과 '이미 바닥을 확인했다'는 판단은 다르다는 점이다. 1990년 이후 최악의 월간 하락률이라는 통계, 그리고 메모리 피크아웃·중국 증설 경쟁 같은 우려가 "아직 잠재적 위험에 머물러 있다"는 전문가 평가를 종합하면, 지금 낙폭이 과도하다는 컨센서스 자체는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9일 장 초반 코스피가 한때 3%대까지 반등했던 것도 이런 저가 매수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다만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하나증권이 제시한 반등의 핵심 조건인 '외국인 순매수 전환'이 아직 완전히 충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매도 속도가 둔화된 것은 긍정적 신호지만, 이틀째까지도 외국인은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개인 투자자의 수급이 하루 단위로 정반대로 뒤바뀌는 지금의 변동성 자체가, 아직 시장 참여자들의 확신이 부족한 상태라는 걸 보여준다. 결국 지금 국면은 '역사적으로 드문 과매도 구간'이라는 진단과 '아직 명확한 반등 신호를 기다리는 단계'라는 진단이 동시에 성립하는 상황에 가깝다. 앞으로 며칠간 외국인 수급이 실제로 순매수로 전환되는지, 그리고 반대매매 규모가 추가로 확대되지는 않는지가 이번 조정의 성격을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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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설명
반대매매 — 신용거래(빚을 내서 산 주식)로 매수한 주식의 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담보 부족을 이유로 투자자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주식을 매도 처리하는 것.
과매도(Oversold) — 실제 가치나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하락한 상태를 뜻하는 기술적 분석 용어.
피크아웃(Peak-out) — 특정 산업이나 지표가 최고점을 찍고 하락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을 뜻하는 표현.

📰 참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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