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를 보고 있으면 이상한 장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5~6%씩 급등락하고 SK하이닉스가 하루 새 8%씩 뛰는 이런 시기에, 시중은행들은 조용히 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주식으로 하루 만에 몇 %를 벌고 잃는 판에, 연 3%대 예금이 뉴스가 될 일인가 싶겠지만, 이 타이밍 자체가 사실 꽤 흥미로운 신호다.
3%대 예금이 돌아왔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잇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올렸다. KB국민은행은 'KB Star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연 2.90%에서 3.20%로, 우리은행도 'WON플러스예금' 1년 만기 금리를 같은 폭으로 올렸다. 신한은행 역시 주요 정기예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0.20~0.4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한 발 더 나갔다.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은 연 3.71%,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은 연 3.60%, 토스뱅크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은 연 3.40%까지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예금 상품치고는 꽤 눈에 띄는 숫자들이다.
왜 하필 지금인가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리는 표면적 이유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이다. 그런데 곱씹어보면 묘한 대목이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통상 물가나 자산 가격 과열을 억제하려는 신호로 해석되는데, 정작 지금 코스피는 반도체주를 앞세워 연일 급등하며 사이드카가 반복 발동되는 국면이다. 한쪽에서는 시장이 과열을 식히려는 신호를 보내고, 다른 쪽에서는 그 과열 자체가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이 부조화가 바로 지금 예금 금리 인상 뉴스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게 만드는 지점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국내 은행권 흐름을 보면, 예금 금리는 대체로 기준금리를 따라 움직이면서도 은행 스스로의 자금 조달 상황에 따라 시차를 두고 조정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지금처럼 여러 은행이 짧은 기간 안에 동시다발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건, 개별 은행의 판단이라기보다 업계 전반이 비슷한 자금 조달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시중은행보다 눈에 띄게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예금 유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필자가 보기엔 — '재미없는 뉴스'가 오히려 신호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소식에서 주목한 지점은, 이렇게 재미없어 보이는 예금 금리 뉴스가 오히려 지금 같은 변동성 장에서는 실용적인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는 장에서 이미 물려버렸거나, 반대로 지금 추격 매수하기엔 부담스러운 투자자라면, 자금의 일부를 3%대 예금에 잠시 묶어두고 시장을 관망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특히 케이뱅크 3.71% 같은 금리는 웬만한 파킹통장보다 나은 수준이라, '전액 현금화'와 '전액 추격매수' 사이의 중간 지대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
다만 짚어볼 부분은 은행 입장에서 본 시각이다. 예금 금리 인상은 은행에게는 조달 비용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은행이 예금자에게 더 많은 이자를 줘야 한다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이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은행주들은 높은 예대마진을 발판 삼아 견조한 실적과 배당을 유지해왔는데, 조달비용 상승이 이 구조를 압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대출금리도 함께 오를 여지가 있어 마진이 반드시 줄어든다고 단정하긴 이르지만, 은행주에 투자하고 있다면 앞으로 발표될 분기 실적에서 순이자마진(NIM) 추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결국 이번 예금 금리 인상은 저축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은행주 투자자에게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중적인 신호인 셈이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기준금리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는 정책금리로, 시중 예금·대출 금리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기준이 된다.
예대마진 — 은행이 대출로 받는 이자와 예금에 지급하는 이자의 차이로, 은행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다.
순이자마진(NIM) — 은행이 보유한 자산에서 벌어들이는 이자수익과 지급하는 이자비용의 차이를 자산 규모로 나눈 지표로, 은행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 참고 기사:
돌아온 3%대 예금...은행권 수신금리 인상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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