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7일 월요일

AI주는 팔고 Crypto주는 사는데, Bitcoin 채굴주만 소외된 이유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흥미로운 자금 이동이 포착됐다. AI·반도체 관련주가 팔리는 사이, 그 돈이 크립토 관련주로 옮겨간 것이다. 그런데 정작 AI 사업까지 겸하는 비트코인 채굴주는 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함께 부진했다. 크립토주와 AI주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AI 팔고 크립토 사고 — 하루 새 벌어진 자금 이동

이날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조정을 받으며 AI·칩 관련주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사이, 크립토 관련주는 상승세를 탔다. 이더리움 축적기업 비트마인 이머전은 11% 급등했고, 비트코인 보유 전략으로 유명한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7%, 코인베이스는 4.5% 올랐다. 이런 'AI에서 크립토로'의 자금 순환은 2026년 들어 계속 반복돼온 패턴이다. 최근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 진전 기대감과 비트코인 현물 ETF의 6거래일 연속 자금 유입도 크립토 쪽 투자심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작 'AI 겸업' 채굴주는 부진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작 AI 인프라 사업을 함께 하는 비트코인 채굴주들은 이날 크립토주 랠리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AI·반도체주와 함께 하락했다는 점이다. 최근 허트8은 텍사스 AI 데이터센터 부지에 15년, 98억달러 규모의 임대 계약을 발표했고, IREN도 27억달러 규모의 AI 클라우드 계약을 새로 확보하며 2026년 AI 클라우드 연매출 목표를 40억달러 이상으로 상향한 바 있다. 이렇게 채굴사들이 AI 데이터센터 사업 비중을 키우면서, '이 회사가 크립토주인지 AI주인지'를 가르는 경계 자체가 흐려지고 있다. 그 결과 이번처럼 AI에서 크립토로 자금이 옮겨가는 국면에서는, 오히려 두 성격을 동시에 가진 채굴주가 어느 쪽 수혜도 온전히 받지 못하는 어정쩡한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채굴사들은 왜 AI로 눈을 돌렸나

비트코인 채굴사의 AI 전환은 하루아침에 나온 흐름이 아니다. 그 시작은 2023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코어 사이언티픽이 AI 클라우드업체 코어위브와 데이터센터 계약을 맺으면서, "채굴 인프라를 AI 데이터센터로 전용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사업 모델이 처음 제시됐고, 이는 이후 업계 전반의 참고 사례가 됐다. 본격적인 확산의 결정적 계기는 2024년 4월 찾아온 비트코인 반감기였다. 채굴 보상이 블록당 6.25비트코인에서 3.125비트코인으로 반토막 나며 채굴 수익성이 나빠졌는데, 공교롭게 같은 시기 AI 붐이 터지며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채굴사들은 이미 갖고 있던 대용량 전력 확보 능력, 대규모 냉각 시스템, 저지연 통신망 같은 인프라가 AI 데이터센터 운영에도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전환이 시작됐다.

이 흐름은 지금도 가속화되고 있다. 테라울프는 2026년까지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완전히 접고 AI 데이터센터 전업으로 전환할 계획이고, IREN은 마이크로소프트와 19억4,000만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전환에 성공한 채굴사들의 경우, 2026년 말까지 전체 매출의 약 70%가 AI·고성능컴퓨팅(HPC) 부문에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필자가 보기엔 — '어느 쪽에도 못 낀' 처지가 주는 함의

개인적으로 이번 사례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사업 다각화가 늘 좋은 결과만 낳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채굴사들이 AI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 계약은 대체로 다년 계약에 달러 표시 고정 수익이라, 비트코인 채굴만 하던 시절보다 수익 예측 가능성은 분명 높아졌다. 하지만 이번처럼 시장이 'AI냐 크립토냐'를 뚜렷이 갈라서 자금을 이동시키는 국면에서는, 두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 회사가 오히려 어느 쪽 투자자에게도 명확한 매력을 주지 못하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짚어볼 부분은, 이런 '경계가 모호한 상태'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리스크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가격에만 의존하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AI·HPC라는 별도의 수익원을 확보했다는 건, 크립토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어도 회사 자체는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관건은 이 AI 전환이 얼마나 계약 규모와 실제 매출로 구체화되는지다. 앞서 언급한 IREN의 40억달러 매출 목표처럼, 각 채굴사가 AI 부문에서 제시한 목표치가 실제로 달성되는지를 지켜보면 이 어정쩡한 정체성이 결국 강점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계속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남을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용어 설명
비트코인 반감기 — 약 4년마다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사전에 정해진 이벤트로, 채굴 사업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고성능컴퓨팅(HPC) — AI 모델 학습 등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작업을 처리하는 컴퓨팅 인프라로, 최근 AI 붐과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상장지수펀드로, 기관투자자의 크립토 시장 접근성을 높인 상품으로 평가된다.

📰 참고 기사:
Crypto stocks rally thanks to rotation from AI infrastructure; bitcoin miners lag
Crypto stocks rally as capital rotates away from AI infrastructure plays
Bitcoin Miners Are Pivoting To AI Infrastructure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코스피 이틀 연속 폭락,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코스피가 이틀 연속 폭락했다. 28일 10.69% 급락에 이어 29일에도 장중 서킷브레이커가 재발동되며 결국 5.98% 내린 5663.24로 마감했다. 정부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는데, 실제로 얼마나 맞는 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