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다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자리를 되찾았다. 27일(현지시간) 애플 주가가 1% 오르며 시가총액 4조9,500억달러를 기록해, 5% 급락한 엔비디아(4조7,700억달러)를 앞질렀다.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애플이 이 자리를 다시 차지한 것이다.
엔비디아, 왜 흔들렸나
엔비디아는 지난해 6월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세계 최대 기업 자리에 오른 뒤 이 지위를 지켜왔고, 10월에는 일시적으로 시가총액 5조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흐름이 달라졌다. 엔비디아 주가는 2026년 들어 겨우 4~9%가량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애플은 같은 기간 22~24% 뛰며 '매그니피센트 세븐'(대형 기술주 7종목)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최근 약세를 보인 배경에는 AI 관련주 전반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조정이 엔비디아의 근본적인 사업 문제라기보다는 투자심리 변화에 가깝다고 짚는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2027 회계연도 1분기(회계 기준)에 총매출 816억달러(전년 대비 85% 증가)를 기록하는 등 AI발 성장세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애플이 뜬 이유 — "짓지 않고 빌려 쓴다"
투자자들이 애플에 후한 점수를 준 배경은 역설적으로 '자본 지출을 아낀다'는 점이다. 애플은 AI 인프라를 직접 대규모로 짓기보다, 필요한 연산 능력을 임대해서 쓰는 방식을 택해왔다. 다른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사이, 애플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지출 구조를 유지한 셈이다. 최근 HSBC는 애플 목표주가를 매수로 상향하며 "새로운 AI 기능과 강력한 제품 파이프라인을 고려하면, 지금이 애플에게 가장 혁신적인 제품 라인업을 갖춘 시기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기에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9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총괄인 존 터너스에게 자리를 넘기고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는 리더십 교체가 예고돼 있어, 이번 시총 역전은 애플의 세대교체 시점과도 맞물린다.
월가의 관심이 옮겨가는 곳 — GPU에서 메모리로
이번 순위 변동은 AI 투자 테마 자체가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엔비디아의 매출은 여전히 3년째 AI발 폭발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관심은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AI 칩에서 메모리 칩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흐름의 수혜주로 마이크론테크놀로지, SK하이닉스, 샌디스크 등이 거론된다. 애플 입장에서도 이런 메모리 가격 급등은 남 얘기가 아니다. 애플은 이번 분기 실적 발표에서 AI발 글로벌 메모리 칩 부족이 자사에 미친 영향을 처음으로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 6월 맥·아이패드 가격 인상을 압박한 요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필자가 보기엔 — '누가 이겼다'보다 중요한 변화
개인적으로 이번 순위 역전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단순히 애플과 엔비디아 중 누가 앞섰는지보다 이게 보여주는 시장 심리의 변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AI 인프라에 얼마나 공격적으로 투자하는가"가 투자자들의 핵심 평가 기준이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AI 지출을 얼마나 신중하게 관리하는가"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흐름으로 옮겨가고 있다. 애플의 '임대형' AI 인프라 전략이 그동안은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 시점엔 오히려 재무 건전성을 지키는 전략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다만 짚어볼 부분은, 이 시총 순위가 최근 몇 달 새 이미 여러 차례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17일과 19일에도 애플이 잠깐씩 엔비디아를 앞섰다가 다시 내줬던 전례가 있어, 이번 역전 역시 확정적인 추세 전환이라기보다는 두 회사가 팽팽하게 엎치락뒤치락하는 국면의 연장선으로 볼 여지가 있다. 실제로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2,000억달러 안팎으로, 하루 주가 변동만으로도 다시 뒤집힐 수 있는 좁은 격차다. 결국 이번 주 금요일인 7/31일 새벽(한국시간)으로 예정된 애플의 실적 발표, 특히 메모리 칩 부족이 실적에 미친 영향을 회사가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이 시총 경쟁의 다음 향방을 가늠할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 원래 게임 그래픽 처리를 위해 개발된 반도체였으나, 대규모 병렬 연산에 강점이 있어 현재는 AI 모델 학습·구동에 필수적인 핵심 하드웨어로 쓰인다.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 —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7개 대형 기술주를 일컫는 표현.
밸류에이션(Valuation) — 기업의 실적·성장성 대비 주가 수준이 적정한지를 평가하는 작업으로,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건 시장이 그만큼 높은 성장 기대를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 참고 기사:
Apple ends day as world's most valuable company, passing Nvidia
Apple overtakes Nvidia as world's most valuable company
Apple, Nvidia vie for title of world's most valuable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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