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1일 화요일

"17만원→3만원" 카카오, 네이버가 몸집 키우는 사이 반등 카드는

네이버가 두나무(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를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인수하는 딜이 진행 중이다. 성사되면 '한국판 빅테크 공룡'이 탄생한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큰 그림이다. 그런데 이 소식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한때 국내 플랫폼 대장주 자리를 놓고 네이버와 다투던 카카오는, 지금 어디쯤 서 있을까.

네이버-두나무 결합, 지금 어디까지 왔나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은 지난해 11월 처음 발표됐다. 하지만 순탄하지만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지면서, 합병 마무리 절차인 포괄적 주식교환 일정이 9월에서 12월로 두 차례나 밀렸다. 여기에 네이버가 부동산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이 판결이 두나무의 대주주 자격 심사에 변수로 떠오른 상태다. 규제 리스크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채로, 딜 자체는 계속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 실적은 괜찮은데 주가는 왜 이 모양인가

같은 시기 카카오의 상황을 보면 아이러니하다. 카카오 주가는 한때 17만원을 넘었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3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고점 대비 5분의 1 수준까지 밀린 셈이다. 그런데 정작 최근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증권가는 카카오의 2분기 매출을 2조원대 초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즈니스 메시지 중심의 광고 부문은 20% 이상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선물하기·톡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커머스도 견조하다. DB증권과 한화투자증권 모두 이번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에 부합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실적이 아니라 '이야기'다. 증권사들은 카카오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는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는 일제히 15~17%씩 낮췄다. 한국투자증권은 목표가를 7만원에서 6만원으로, DB증권과 한화투자증권도 각각 5만7000원, 6만2000원으로 하향했다. 이유는 한결같다. "실적은 무난한데, 시장이 원하는 건 AI를 통한 새로운 성장 스토리"라는 것이다.

관건은 '챗GPT for 카카오'와 카나나

카카오가 내세우는 반등 카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오픈AI와 협업한 '챗GPT for 카카오'로, 누적 이용자가 약 1,100만 명까지 늘었다. 다른 하나는 자체 AI 에이전트 '카나나'를 카카오톡 안에 심어, 이용자 모두가 개인화된 AI 비서를 갖게 한다는 구상이다. 연말까지 카나나 모델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이용자를 3,10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다만 아직은 가능성에 머물러 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DB증권 신은정 연구원은 "챗GPT for 카카오는 이용자 수는 늘었지만 트래픽 지표나 외부 파트너 연결 등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며 "단기적으로는 카나나를 통한 AI 돌파구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짚었다. 목표주가 산정 방식 자체도 최근 DCF(현금흐름할인법)에서 SOTP(사업부문별 가치합산)로 바뀌었는데, 이는 AI 신사업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필자가 보기엔 — 플랫폼 재편기, 카카오의 좌표는

개인적으로 이 국면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네이버가 두나무를 끌어안으며 금융·자산 영역까지 몸집을 키우는 동안, 카카오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카오는 최근 포털 다음 운영사 지분을 AI 기업 업스테이지에 넘기는 지분 교환을 추진 중이다.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던 과거와 달리, 핵심이 아닌 자산은 걷어내고 AI 쪽으로 역량을 모으는 '선택과 집중'의 흐름으로 읽힌다. 이게 옳은 방향인지 아닌지는 지금 단정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방만한 확장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는 과거와 다른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지금 카카오에 필요한 건 '괜찮은 실적'이 아니라 '증명된 AI 성과'라는 점이다. 애널리스트들이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목표가를 일제히 낮춘 건, 회사의 펀더멘털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AI 전환의 속도와 확실성에 물음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카나나나 챗GPT for 카카오가 실제 트래픽·매출로 이어지는 신호가 확인되는 순간, 목표주가가 다시 상향 조정될 여지도 함께 남아있다는 뜻이다. 애널리스트 27명의 평균 목표주가가 현재가 대비 상당한 상승 여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이 카카오의 반등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접은 건 아니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하나로 좁혀진다. 카카오가 다음 분기, 그다음 분기에 AI 서비스의 실제 이용 지표를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지가, 지금 물려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용어 설명
기업결합 심사 — 두 회사가 합병·인수할 때 시장 독과점 등의 부작용이 없는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이 검토하는 절차.
SOTP(Sum of the Parts) — 기업의 여러 사업부·자회사 가치를 각각 따로 평가한 뒤 합산해 전체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방식.
에이전틱(Agentic) AI — 사용자의 지시를 기다리기보다, AI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필요한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형태의 인공지능.

📰 참고 기사:
네이버-두나무 합병 난항 '빅딜 험난'…성장 시계 주춤
'17만원→3만원' 된 카카오…실적은 괜찮은데 목표가 줄줄이 내린 증권가, 왜?
카카오는 왜 12년만에 '다음'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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