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0일 월요일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조선 호황 길어질까

국내 조선 업계의 호황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22~2023년 수주했던 고가 선박들이 이제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이익과 수익성이 함께 빠르게 개선되는 국면인데, 최근 수주 흐름을 보면 이 '고선가 효과'가 2028년을 넘어 2029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분기 실적, 왜 이렇게 좋아지나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올 2분기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34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3% 늘어난 규모다. HD한국조선해양은 1조4381억원(전년 대비 +50.8%), 한화오션은 5288억원(+42.3%), 삼성중공업은 3757억원(+83.4%)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은 수주 후 건조·인도까지 통상 2~3년이 걸리는 산업이다. 그래서 계약 시점의 선박 가격이 아니라, 건조 진행률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몇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식된다. 지금 실적에 반영되고 있는 건 코로나19 이후 물동량 증가와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맞물려 선가가 뛰었던 2022~2023년 수주분이다. 당시 국내 조선사들은 LNG 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친환경 선종 위주로 일감을 확보했는데, 그해 상반기 기준 국내 조선사들의 고부가 선박 수주량은 전 세계 발주량의 61%를 차지했다.

아직 절반밖에 안 왔다

증권가는 2024년 이후 수주한 선박의 건조 투입 비중이 아직 전체 물량의 5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 실적에 반영된 것과 비슷한 규모의 고선가 물량이 여전히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5년 이후 최종투자결정(FID)이 확인된 미국 LNG 수출 프로젝트에 필요한 LNG 운반선은 150~160척 수준"이라며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 상반기에도 다수의 LNG 운반선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업계에서는 실적 정점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수주잔고 기준으로는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 정점이 2028년으로 예상돼왔지만, 2029년 인도 슬롯은 아직 2028년 대비 60% 수준만 채워진 상태다. 하반기에도 고선가 수주가 계속 이어질 경우, 실적 피크가 2028년이 아니라 2029년으로 한 해 더 늦춰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변수는 후판값·인건비·환율

다만 후판(선박용 두꺼운 철판) 가격과 인건비 상승, 환율 변동은 여전히 수익성을 흔들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최근 철강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후판값이 오를 경우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조선업계 내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요구도 하반기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여기에 업계 전반의 숙련 인력 부족 문제도 장기적인 리스크로 거론된다. 지난 10년간의 불황기를 거치며 숙련 기술자들이 현장을 떠났고, 그 공백을 외국인 노동자로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 납기 관리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필자가 보기엔 — '고선가 효과'는 이제 절반쯤 지났다

개인적으로 이번 실적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지금 나오는 화려한 숫자가 이미 다 써버린 카드가 아니라 아직 절반만 쓴 카드라는 점이다. 2024년 이후 수주분의 건조 투입 비중이 50%에 그친다는 건,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이익 개선 흐름이 최소 1~2년은 더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다만 이 흐름이 그대로 '자동 재생'되는 건 아니다. 실적이 실제로 실현되려면 그 사이에 후판값, 인건비, 환율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크게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조선업 호황의 '체감'과 '숫자'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수주잔고와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인력난과 납기 관리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즉 지금의 호황은 '일감이 없어서 걱정'이던 시기의 반대편에서, '일감은 넘치는데 그걸 제때 소화할 사람과 자재가 부족한'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조선주를 지켜볼 때는 수주잔고 규모 자체보다, 이 잔고를 실제 이익으로 얼마나 매끄럽게 전환해내는지가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용어 설명
고선가 효과 — 과거 선가가 높던 시기에 확보한 수주 물량이 시차를 두고 실적에 반영되면서 이익이 개선되는 현상.
최종투자결정(FID) — 대형 에너지·인프라 프로젝트에서 실제 투자를 집행하기로 확정하는 최종 의사결정 단계로, 이 결정이 나야 관련 선박 발주도 본격화된다.
수주잔고 — 이미 계약이 체결됐지만 아직 건조·인도가 끝나지 않은 미이행 물량 전체를 뜻하며, 향후 매출로 전환될 일감의 규모를 보여준다.

📰 참고 기사:
수주잔고 열어보니 '비싼 배' 한가득…조선 호황 길어질까
K-조선, 고부가 선박으로 中 맹추격…슈퍼사이클 2029년까지 가나
상선 수주 목표 벌써 90%대…조선업 호황, 2029년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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