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주가가 지난 열흘 사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실적 발표 직후 12% 넘게 폭락했다가, 그토록 우려하던 보호예수(락업) 해제를 거치고도 오히려 닷새 만에 35% 반등했다. 지금은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가 140달러부터 450달러까지, 3배 넘게 벌어진 채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스페이스X의 'AI 사업'
이번 논쟁의 출발점인 'AI 인프라 투자'가 구체적으로 뭘 가리키는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스페이스X는 로켓·위성 회사일 뿐 아니라, 이미 챗GPT·클로드·제미나이와 직접 경쟁하는 AI 제품 회사이기도 하다.
| 항목 | 직접/간접 | 내용 | 진행 상태 | 서비스(가동) 시점 |
|---|---|---|---|---|
| xAI 인수 | 직접 | 챗봇 'Grok' 개발사 xAI를 1조2,500억 달러(스페이스X 1조 달러+xAI 2,500억 달러) 규모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 | 완료(2026.2.2) | Grok은 인수 이전부터 X(옛 트위터)에서 서비스 중이었고, 인수 후에도 계속 서비스 |
| SpaceXAI 사업부 출범 | 직접 | 별도 법인이던 xAI를 해산하고, Grok·X를 스페이스X 내부 'SpaceXAI' 사업부로 완전 편입 | 완료(2026.5) | 이번 실적 발표의 'AI 사업부' 매출이 바로 이 조직의 실적 |
| Cursor 인수 | 직접 | AI 코딩 도구 회사 Cursor(클로드 코드·오픈AI 코덱스 경쟁 제품)를 약 600억 달러 규모로 인수 | 발표(2026.6.16)→완료(2026.8.14) | 기존 서비스 유지 중이며, 향후 Grok Bot 브랜드로 통합될 가능성 거론 |
| Grok Bot(엔터프라이즈 AI 에이전트) | 직접 | 여러 앱을 넘나들며 복잡한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은행·투자사 등 기업 고객 타깃 | 베타 진행 중 | 데스크톱·iOS에서 일부 구독자 대상 베타 공개, 전면 출시 시점 미정 |
| Colossus·Colossus II(지상 슈퍼컴퓨터) | 간접 | 멤피스·미시시피 소재 AI 학습용 슈퍼컴퓨터 클러스터. 이번 분기 CAPEX 158억 달러가 이 인프라에 투입 | Colossus 가동 중 / Colossus II 증설 중 | Colossus는 2024년 12월 가동 시작, 이후 지속 증설 |
| 궤도(우주) 데이터센터 | 간접 | 위성에 AI 연산 인프라를 올려 24시간 태양광 전력으로 가동하는 장기 구상. 최대 100만 개 위성 규모 시스템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신청 | 구상·신청 단계 | 머스크는 "2~3년 내 우주가 AI 연산 최저비용지가 될 것"이라 언급했으나 실제 가동 시점은 미정 |
정리하면, 지금 실적에 잡히는 AI 매출은 사실상 Grok·X 광고·구독과 지상 슈퍼컴퓨터(Colossus) 인프라 사업이 대부분이고, '우주 데이터센터'는 아직 매출로 연결되지 않은 미래 비전 단계다. 뒤에서 다룰 CAPEX 논쟁도 결국 이 표에서 '완료'와 '구상 단계'가 뒤섞인 투자를 시장이 어떻게 나눠서 평가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AI 인프라 투자
지난 8월 4일 발표된 2분기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매출은 78억1,000만 달러로 시장 예상(69억3,000만 달러)을 웃돌았고, 순손실도 5억4,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0억1,000만 달러 손실)보다 크게 줄었다. 문제는 그 뒤에 나온 지출 규모였다. 이번 분기 설비투자(CAPEX)는 184억 달러였는데, 이 중 158억 달러가 AI 컴퓨팅 인프라에 들어갔다. 여기에 회사가 2027회계연도 CAPEX 전망을 약 650억 달러로 제시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지출 규모에 투자자들이 놀랐다. 실적 발표 다음 날인 8월 5일, 주가는 최대 12~13% 폭락하며 104.83~108.27달러 구간까지 밀렸다. 이는 6월 상장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락업 해제 공포
상장 초기 주식에 대한 첫 보호예수(락업) 해제는 8월 6일 예정돼 있었다. 유통 가능 주식 수가 140% 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 시점에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것을 우려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우려했던 매도 폭탄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8월 5일 저점 이후 5거래일 동안 주가는 35% 급등해 8월 10일에는 지난 7월 15일 이후 처음으로 공모가(135달러)를 다시 넘어섰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한때 146.15달러까지 올랐다. 이 반등만으로 시가총액이 약 5,000억 달러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실적 발표를 전후해 스페이스X의 공매도 잔고가 테슬라를 넘어섰다는 보도가 있었던 만큼, 숏스퀴즈(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주식을 되사면서 주가가 추가로 오르는 현상) 성격도 일부 섞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목표주가 140달러 vs 450달러
이 롤러코스터를 거치며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은 어느 때보다 크게 갈렸다.
하향 조정한 쪽은 지출 부담에 방점을 찍는다. 파이퍼샌들러는 목표주가를 156달러에서 140달러로, 다이와캐피털마켓은 175달러에서 140달러로 각각 낮췄다. 다이와는 "매출 성장은 빨라지고 있지만, 그만큼 자본집약적인 사업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두 회사 모두 중립(Neutral) 의견을 유지했다.
상향 조정하거나 낙관적인 쪽은 오히려 이 지출을 AI 수요에 대한 선제 투자로 해석한다. JP모건은 목표주가를 225달러에서 240달러로 올리며, 애초 2028년으로 예상했던 AI 매출 1,000억 달러 달성 시점이 2027년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봤다. 웰스파고는 목표주가를 230달러에서 215달러로 소폭 낮추면서도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은 유지했고, 아레테는 401달러에서 450달러로 오히려 큰 폭 상향했다. 시티는 목표주가 200달러를 유지하며 매수 의견을 재확인했는데, "스타십 마일스톤 달성 여부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900달러 이상까지도 목표주가를 단계적으로 올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AI 사업 모멘텀을 감안하면 주가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오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런 시각차 속에 회사 측 가이던스도 상향됐다. 스페이스X는 올해 12월 기준 연환산 반복매출(ARR)을 기존 750억 달러(2027년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1,000억 달러로, 매출 1조 달러 달성 목표 시점도 2031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겨 제시했다.
스페이스X 주가는 어디까지 반영되었나?
주가가 열흘 사이 폭락과 폭등을 오가는 동안 회사의 펀더멘털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적 수치, 지출 계획, 사업부별 성장세 모두 8월 4일 발표된 내용 그대로다. 바뀐 건 시장이 그 숫자를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너무 많이 쓴다"는 공포가 앞섰고, 락업 해제가 무사히 지나가자 이번엔 "AI 수요가 그만큼 확실하다"는 낙관이 뒤따랐다. 같은 재료를 두고 시장 심리가 열흘 만에 정반대로 뒤집힌 셈이다.
목표주가 140달러와 450달러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종목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갈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이와·파이퍼샌들러 쪽은 "지금 쓰는 돈이 회수될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잣대를 들이대고 있고, JP모건·아레테·모건스탠리 쪽은 "AI 수요가 검증된 이상, 지금 쓰는 돈은 오히려 선점 비용"이라는 성장주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건 스페이스X만의 문제라기보다, AI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모든 기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딜레마이기도 하다.
여기에 숏스퀴즈 요인까지 섞이면서 단기 주가 흐름은 펀더멘털만으로 설명하기 더 어려워졌다. 상장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종목이라 아직 주가 흐름의 '평상시 패턴' 자체가 확립돼 있지 않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논쟁에 답을 줄 수 있는 건 다음 분기, 그다음 분기 실적에서 이번에 쏟아부은 CAPEX가 실제로 매출·이익 증가로 이어지는지일 것 같다. 목표주가 240달러의 JP모건과 140달러의 다이와 중 누가 맞았는지는, 아마도 올해 안에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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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스퀴즈(Short Squeeze) — 공매도(하락에 베팅하는 거래) 투자자들이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주식을 되사들이면서, 그 매수 자체가 주가를 추가로 밀어올리는 현상.
보호예수(락업) 해제 — 상장 직후 일정 기간 매도가 제한됐던 기존 주주의 주식이 그 기간이 끝나며 시장에서 거래 가능해지는 시점.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어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거론되곤 한다.
연환산 반복매출(ARR) — 구독·계약 기반 매출을 1년 단위로 환산한 값으로, 클라우드·구독 사업의 성장세를 가늠하는 지표로 흔히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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