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코스닥 시장이 20% 넘게 급락하면서, 코스닥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사실상 전 종목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우량 종목을 선별해 초과 수익을 노리던 액티브 ETF가 오히려 패시브 ETF보다 더 큰 손실을 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코스닥150 ETF 수익률 -27%…KODEX·TIGER 동반 급락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과 'TIGER 코스닥150'은 이 기간 각각 27%대 하락률을 보였다. 코스닥 시장 전체가 큰 폭으로 밀리면서,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ETF들도 일제히 두 자릿수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닥 액티브 ETF 수익률 -30%대, 왜 패시브보다 더 빠졌나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 상관계수 0.7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규정상, 지수와 크게 다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어려워 하락장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코스콤 집계에 따르면 주요 코스닥 액티브 ETF 6종(KoAct·TIME·PLUS·TIGER·MIDAS·DS)의 보유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비중이 평균 50%대에 달했다.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쏠림이 얼마나 심했는지 드러난다. 전공정 장비업체 테스와 반도체 기판업체 심텍·피에스케이홀딩스는 6종 ETF 모두가 공통으로 편입했고, 브이엠·피에스케이는 5종이 겹쳐서 담았다. 서로 다른 운용사가 만든 '액티브' 상품인데도 실질적으로는 비슷한 소수 종목에 베팅하고 있었던 셈이다. 업황 개선과 실적 성장 기대감에 운용사들이 이 종목들의 비중을 나란히 늘려온 게, 지난달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이 급락하면서 오히려 낙폭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패시브 ETF와 달리 액티브 ETF는 정해진 리밸런싱 주기가 없어, 펀드매니저 판단에 따라 종목을 수시로 바꿀 수 있다는 게 원래 강점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이번 하락 국면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투자업계에서 나온다. 실제로 국내뿐 아니라 마이크론·샌디스크·웨스턴디지털·인텔·AMD 등 해외 반도체 밸류체인에 집중 투자한 국내 액티브 ETF들도 비슷한 시기 같은 이유로 손실이 커지면서, "액티브 ETF의 배신"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다. 다만 모든 상품이 똑같이 당한 건 아니다. KoAct 코스닥액티브는 테스·피에스케이홀딩스 등 반도체 소부장을 담으면서도 알테오젠·파마리서치 같은 바이오 종목을 함께 편입해, 반도체가 흔들리는 구간에서도 다른 액티브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손실을 방어한 사례로 꼽힌다.
개인 저가매수 몰린 코스닥 ETF — KODEX 코스닥150 순유입 3,289억
이런 큰 손실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코스닥 ETF 저가 매수세는 이어졌다. KODEX 코스닥150에는 최근 한 달간 3,289억원이 순유입됐고, TIGER 코스닥150(251억원), 최근 상장한 DS 코스닥액티브(133억원), KoAct 코스닥액티브(93억원)에도 개인 자금이 꾸준히 모였다.
필자가 보기엔 — 저가 매수, 방향은 맞을 수 있지만 선별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상황에서 주목한 지점은, 대형 반도체주가 바닥을 다지는 과정에서 코스닥 우량주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는 점이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지수 전체의 동반 상승보다는 성장 기대와 정책 모멘텀이 유입될 때 소수 종목으로 수급이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대형 반도체주가 저점을 형성하는 구간에서는 반도체 소부장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국내 장비 업체들은 연초 이후 상승폭이 컸던 만큼 이번 조정폭도 확대됐지만, 낙폭이 단기간에 집중된 만큼 향후 반등 여력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사례는 액티브 ETF라고 해서 무조건 하락장에서 방어력이 좋을 거라는 기대가 항상 맞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테스·심텍·피에스케이홀딩스 같은 종목을 운용사 6곳이 약속이나 한 듯 공통으로 담고 있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액티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운용사들이 비슷한 리서치 결론에 도달해 비슷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었던 셈이다. 그 테마(반도체 소부장)가 흔들리자 이 쏠림이 패시브보다 더 큰 낙폭으로 고스란히 돌아온 게 이번 급락장의 역설이다.
왜 종목을 수시로 바꿀 수 있었는데도 미리 손을 못 썼을까 생각해보면, 펀드매니저와 개인 투자자의 입장 차이가 보인다. 펀드매니저는 대개 비교지수·동종 상품 대비 '상대 수익률'로 평가받는다. 혼자 먼저 방어적으로 돌아섰다가 시장이 반등하면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지만, 남들과 비슷하게 물리면 "시장 전체가 그랬다"는 명분이 남는다. 즉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소신껏 다르게 가기보다 동료들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쪽이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상대 수익률이 아니라 내 계좌의 절대적인 손익만 중요하다. 이 둘의 이해관계가 어긋나는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 "액티브니까 알아서 분산돼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그 ETF들이 실제로 어떤 종목에 얼마나 겹쳐서 베팅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접근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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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ETF — 기초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ETF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재량껏 선별해 비교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상장지수펀드.
상관계수 규제 — 국내 액티브 ETF는 법규상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으로 유지해야 해, 지수와 지나치게 다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없다.
반도체 소부장 —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들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비중이 큰 업종 중 하나다.
상대 수익률 — 펀드나 ETF의 성과를 비교지수·동종 상품 대비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절대적인 손익과 달리 "시장보다 잘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펀드매니저 평가에 주로 쓰인다.
📰 참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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