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156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SK하이닉스발 달러 공급에 힘입어 빠르게 내려오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오를까"가 아니라 "1400원대까지 갈까"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1560원대에서 1480원대로 — 두 달 만의 급락
지난 1일 전고점 1560원대를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이달 들어 뚜렷한 하락세로 전환했다. 13일 1,503.4원, 14일 1,493.0원에 이어 15일에는 8.3원 내린 1,484.7원으로 마감하며 지난 5월 12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1480원대로 복귀했다. 13~15일 사흘간 누적 하락 폭만 18.7원에 달한다.
배경은 SK하이닉스의 265억달러 — 하루 10억달러씩 풀린다
이번 하락을 이끈 핵심 동력은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ADR)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으로 약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했는데, 이 중 일부를 원화로 환전하면서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ADR 상장으로 하루 10억달러 안팎의 신규 달러 유동성 공급이 예상되며, 이는 수출기업들의 선제적인 달러 매도까지 유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하루 10억달러씩 공급된다고 가정하면 20~30거래일에 걸쳐 시장에 풀릴 수 있는 규모인데, 이는 서울 외환시장의 하루 평균 현물 거래량(100억~150억달러)의 10% 안팎에 해당해 환율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물량으로 평가된다. 조선·중공업체의 선물환 매도, 반도체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까지 겹치며 하락 속도를 더했다.
필자가 보기엔 — "얼마나 빨리 푸느냐"가 관건
개인적으로 주목한 지점은, 이번 하락이 펀더멘털의 근본적 개선이라기보다는 '일회성 대규모 자금'이 만든 효과에 가깝다는 점이다. 265억달러라는 돈은 분명 크지만 결국 유한한 재원이고, 관건은 이 자금이 시장 예상대로 순차적으로, 그리고 예측 가능하게 풀리느냐다. 만약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거나, 반대로 SK하이닉스가 환전 시점을 늦춘다면 시장의 기대와 실제 흐름 사이에 괴리가 생기며 환율이 다시 출렁일 수 있다. "얼마나 내려가느냐"만큼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내려가느냐"도 중요하게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전문가 전망 — "3분기는 1500원 내외, 하락은 4분기부터 본격화"
다만 시장의 중론은 '1400원대 안착'이 당장은 아니라는 쪽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순매도와 연준의 불확실성은 3분기까지 1500원 내외 고환율 압력을 유지시키는 요인"이라면서도 "전쟁 리스크 완화와 반도체 수출 개선은 4분기 이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는 금리차·무역수지·수급 개선이 맞물리며 1450원 안팎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욱 씨티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향후 3개월간은 1480원 안팎, 6~12개월 사이에는 145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비슷한 시각을 내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통화정책, 중동 정세, 외국인 투자자금 등 대외 변수의 힘이 워낙 커서 당국 개입만으로 환율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정리하며
SK하이닉스발 달러 공급이 두 달 만에 환율을 1480원대로 되돌려놓은 것은 분명한 변화다. 다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은 '급격한 1400원대 안착'보다는 3분기까지 1500원 내외에서 등락하다 4분기 이후 완만하게 하락하는 경로에 가깝다. 결국 관건은 SK하이닉스 자금이 실제로 얼마나, 얼마나 예측 가능한 속도로 시장에 풀리는지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ADR(미국주식예탁증서) — 외국 기업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대체 증서. 발행 대금은 보통 달러로 조달됨.
네고(수출 네고) — 수출기업이 보유한 달러를 은행에 팔아 원화로 바꾸는 것. 네고 물량이 늘면 환율 하락(원화 강세) 요인이 됨.
선물환 매도 — 미래 특정 시점에 달러를 팔기로 미리 계약하는 거래. 향후 달러 유입이 예정된 기업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활용함.
📰 참고 기사:
SK하이닉스 달러 풀리자…환율 두달만에 1480원대 복귀
"전고점 1560원 돌파가 분수령…환율, 중장기로는 완만한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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