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며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한국은행도 다음 달 곧바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이미 금리를 올린 한은이 두 달 연속 인상하는 이른바 '백투백 인상'을 단행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연준, 표 갈린 매파적 동결…케빈 워시 취임 후 두 번째
미 연방준비제도는 28~29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다섯 번째 연속 동결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취임 이후로는 두 번째 동결이다. 만장일치였던 지난달과 달리 이번엔 표결이 9대 3으로 갈렸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3명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이로써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포인트로 유지됐다.
신현송 총재 "인상 기조 유지가 합리적"
신현송 한은 총재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근원물가 상승을 잡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상 시기와 어느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느냐는 앞으로 입수할 데이터와 경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5월 기준 2.5%까지 오른 점을 짚으며 "경기 호황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도 계속 있다"고 진단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두 달 연속 인상보다는 오는 10월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번 연준의 매파적 동결과 2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좋게 나온 점이 금리 인상 부담을 덜어주면서 8월 연속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관건은 다음 달 초 발표될 7월 소비자물가 지표로, 이 수치가 8월 28일로 예정된 한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연속 인상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만약 한은이 8월에도 금리를 올린다면, 연내 세 차례에 걸쳐 총 0.75%포인트를 인상할 여지도 생긴다.
박종우 부총리보 "각별한 경계감 가지고 점검"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30일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 등으로 시장 불안심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미 연준 통화정책, 중동 사태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확대된 만큼, 앞으로도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과 이에 따른 국내 금융·경제 영향을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이틀간 이어진 코스피 급락과 반도체주 변동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필자가 보기엔 — 금리 인상과 증시 불안, 두 마리 토끼
개인적으로 이번 상황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한은이 지금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서로 다른 방향을 요구하는 두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원물가 상승 압력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최근 코스피가 이틀 연속 폭락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겪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리면 시장 심리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실제로 박종우 부총리보가 굳이 이례적으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경계감을 강조한 것도, 이런 딜레마를 한은 스스로 의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짚어볼 부분은, 한은이 이미 지난달 미국보다 먼저 긴축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이는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시장 변동성보다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정책 기조가 이미 확립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8월 연속 인상 여부는 다음 달 초 발표될 7월 물가 지표에 달려 있는데,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내수·소비 회복세도 견조한 만큼 물가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실제로 8월 연속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최근의 증시 변동성 속에서도 한은이 물가 안정을 우선한 결정으로 기록될 것이고, 시장은 이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한은이 내놓을 다음 선택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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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백 인상 — 중앙은행이 두 차례 연속된 통화정책 회의에서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뜻하는 표현.
근원물가 —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물가지수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한미 금리차 —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로, 격차가 클수록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 참고 기사:
매파적 금리 동결 택한 美 연준…한은, 백투백 인상 나설까
미국 '매파적 동결'에 한은 기준금리 '연속 인상' 가시권
美 연준 매파적 동결…한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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