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6일 일요일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외국인과 기관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공매도 잔고도 나란히 불어나고 있다. 삼성전자, 에코프로처럼 최근 상승세를 이끈 종목일수록 유독 그렇다. 베팅에 나선 세력, 정체는 누구일까.

코스피·코스닥 동시에 늘어난 공매도

코스피 공매도 잔고는 연초 12조원대에서 6월 22조원대까지 급증했다가, 이후 감소세로 전환해 지난달 말 15조원대까지 줄었다. 그런데 이달 들어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다.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이 많은 종목은 삼성전자(1조5,300억원), LG에너지솔루션(1조3,790억원), 한미반도체(1조2,760억원), HD현대중공업(1조1,220억원), 현대차(1조71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은 흐름이 더 뚜렷하다. 8월 12일 기준 코스닥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7조3,300억원으로, 지난달 말(5조5,430억원) 대비 약 32.2%(1조7,870억원) 급증했다. 잔고 상위 종목은 에코프로(8,810억원), 알테오젠(4,880억원), HLB(4,740억원), 에코프로비엠(4,620억원), 주성엔지니어링(3,590억원) 순이다. 증권가에서는 지수가 상승했음에도 여전히 국내 증시가 저평가 국면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이런 '하락 베팅'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공매도 잔고를 금액 순위로만 보면 착시가 생길 수 있다. 시가총액 대비 비율로 다시 계산하면 순위가 완전히 뒤바뀐다.

시장 종목 공매도 잔고 시가총액(추정) 시총 대비 비율
코스피 삼성전자 1조5,300억원 약 1,300조원 약 0.1%
코스피 LG에너지솔루션 1조3,790억원 약 120조원 약 1.1%
코스피 현대차 1조710억원 약 130조원 약 0.8%
코스피 HD현대중공업 1조1,220억원 약 70조원 약 1.6%
코스피 한미반도체 1조2,760억원 약 15~20조원 약 6~8%
코스닥 에코프로 8,810억원 12조7,086억원 약 7.1%
코스닥 알테오젠 4,880억원 약 18조6,000억원 약 2.6%
코스닥 HLB 4,740억원 약 8조원 약 5.9%
코스닥 에코프로비엠 4,620억원 약 10조원 약 4.6%
코스닥 주성엔지니어링 3,590억원 약 9조5,000억원 약 3.8%

절대 금액만 보면 다섯 코스피 종목이 1조원 안팎으로 비슷비슷하지만, 시가총액은 삼성전자가 나머지보다 10~80배 이상 크다. 그러다 보니 삼성전자에게 1조5,300억원은 시가총액의 0.1% 수준에 불과한 반면, 한미반도체에게 1조2,760억원은 시가총액의 6~8%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다. 코스닥에서도 마찬가지다. 에코프로는 실제 공매도 비중이 7%대(알파스퀘어 실시간 데이터 기준 8월 12일 7.11%)로, 코스닥 잔고 1위라는 금액 순위보다 훨씬 무거운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금액 순위로만 보면 대형주가 공매도의 주 표적처럼 보이지만, 실제 압박 강도는 오히려 중형 성장주 쪽에 더 쏠려 있다.

"저평가"라는 증권가와 "공매도"를 치는 기관, 같은 사람들일까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흔히 '국내 증권가는 저평가라고 하는데 기관은 공매도를 친다'는 식으로 읽히기 쉽지만, 이 둘은 정확히 같은 주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저평가' 진단은 대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애널리스트)의 의견인 반면, 공매도 통계상의 '기관'은 자산운용사·보험사·연기금·사모펀드·증권 자기매매 등을 두루 포괄하는 훨씬 넓은 범주다. 같은 증권사 안에서도 리서치센터와 자기매매·트레이딩 데스크는 정보와 이해관계가 섞이지 않도록 원칙적으로 분리(이른바 '차이니즈월')돼 있어, 한쪽에서 저평가 리포트를 내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 공매도 포지션을 잡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공매도 물량 자체는 국내 기관보다 외국인 비중이 훨씬 크다(뒤에서 자세히 다룬다). 국내 증권가가 저평가라고 진단해도, 실제 공매도 물량을 주도하는 해외 헤지펀드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시계열의 차이도 있다. '저평가'는 통상 6개월~1년 단위의 장기 밸류에이션 판단인 반면, 공매도는 단기 되돌림이나 헤지 목적인 경우가 많아, '장기적으로 싸다'와 '단기적으로 과열이니 조정이 온다'는 판단이 같은 투자자 안에서도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

공매도, 누가 하는가

공매도는 사실 모든 투자자에게 균등하게 열린 시장이 아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 공매도 비중은 약 1%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외국인(약 63%)과 기관(약 36%)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접근성의 차이에 있다. 예탁결제원 등이 운영하는 대차시장에는 원칙적으로 기관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고, 외국인·기관은 '사후신용' 방식으로 대차거래를 사실상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반면, 개인은 증권사가 보유한 소량의 물량으로만 '대주거래'를 해야 해서 원천적으로 규모의 한계가 있다. 결국 지금 늘어나는 공매도 잔고의 대부분은 개인 투자자가 아니라 외국계 헤지펀드나 기관 투자자의 포지션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상승장에서도 공매도를 치는 세 가지 이유

지수가 오르는데 공매도가 함께 늘어난다는 게 언뜻 모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세 가지 서로 다른 논리가 섞여 있다.

첫째는 밸류에이션 베팅이다. 단기간에 지수가 크게 오르면, 그 상승폭 자체가 과도했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오른 만큼 되돌림이 올 것'이라는 데 베팅한다. 문제는 이 판단이 자주 틀린다는 데 있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도 신고가를 찍은 종목에 공매도를 걸었다가 그 종목이 신고가를 찍은 상태에서 한 번 더 오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짐 차노스처럼 하락 종목을 귀신같이 짚어내 월가에서 명성을 얻었던 공매도 전문가조차, 2019년 급등하던 테슬라에 공매도를 걸었다가 시점을 완전히 잘못 짚어 그동안 쌓은 부를 대부분 잃고 업계에서 밀려난 사례가 있다.

둘째는 헤지 목적이다. 이건 '하락에 베팅'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리스크를 줄이려는 거래다. 대표적으로 ELS(주가연계증권) 발행사들은 상품 구조상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델타헤지(보유 위험을 상쇄하기 위한 매매)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초자산을 공매도하는 경우가 있다. 또 롱숏 전략(한 종목은 매수하고 다른 종목은 공매도해서 시장 전체 방향과 무관하게 종목 간 상대적 우열에서만 수익을 내는 전략)을 쓰는 기관들도 있다. 이런 거래는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꾸준히 일정 수준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지수가 오른다고 반드시 줄어드는 게 아니다.

셋째는 차익거래·시장조성 목적이다. 선물·옵션과 현물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 시장조성자의 유동성 공급 과정에서도 공매도가 발생한다. 이런 거래는 방향성 베팅이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의 일부로 봐야 한다.

결국 지금 늘어난 공매도 잔고를 "다들 하락을 예상한다"는 하나의 신호로만 읽으면 과도한 단순화가 될 수 있다. 실제로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낀 방향성 베팅과,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존재하는 헤지·차익거래 수요가 섞여 있는 숫자다.

숏스퀴즈로 인해 추가 상승 가능할까

공매도 투자자들의 예상이 빗나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거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주가가 계속 오르면, 공매도 투자자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걸 지켜봐야 한다. 매수 포지션은 최대 손실이 투자금(100%)으로 제한되지만, 공매도는 주가 상승에 이론적으로 상한이 없어 손실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손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손실을 더 키우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사들여 포지션을 청산해야 하는데, 이 매수 자체가 주가를 한 번 더 밀어올린다. 이렇게 공매도 청산이 주가 상승을 부르고, 그 상승이 다시 더 많은 청산을 부르는 자기강화적 순환이 '숏스퀴즈'다.

국내에서도 실제 사례가 있다. 2023년 초,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던 에코프로는 연초 11만원대였던 주가가 3개월 만에 40만원 턱밑까지, 세 배 넘게 급등했다. 당시 누적 공매도 평균 단가가 약 22만원으로 추정됐는데, 주가가 36만원대까지 오르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의 추정 손실률이 60%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제2의 게임스탑'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지금 공매도 잔고 상위에 다시 이름을 올린 에코프로·알테오젠·HLB 같은 종목들이, 과거에도 이미 한 번씩 공매도 세력에게 뼈아픈 학습효과를 안겼던 종목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결국 방향보다 '누가, 왜'가 중요하다

지수 상승과 공매도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지금 상황을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기는 어렵다. 외국인·기관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적 특성상, 이 공매도 물량에는 순수한 하락 베팅과 시장 중립적인 헤지 수요가 뒤섞여 있다. 다만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처럼 코스피 대형주와 에코프로·알테오젠 같은 코스닥 주도주에 공매도가 집중되고 있다는 건, 이 종목들의 최근 상승폭이 시장에서 그만큼 화제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거 에코프로 사례처럼 밸류에이션 베팅이 빗나가면 숏스퀴즈로 이어져 오히려 상승폭을 더 키우는 경우도 있었던 만큼, 지금의 공매도 급증을 단순히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만 해석하기보다, 상승분의 되돌림 가능성과 숏스퀴즈 가능성이라는 양쪽 시나리오를 함께 열어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용어 설명
공매도(Short Selling) —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빌려서 먼저 판 뒤, 나중에 가격이 떨어지면 싸게 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거래.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면 손실이 이론적으로 무한대까지 커질 수 있다.
대차거래·대주거래 —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거래. 기관·외국인은 대규모 대차거래를 사실상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반면, 개인은 증권사가 보유한 소량 물량으로만 대주거래를 할 수 있어 접근성에 차이가 크다.
델타헤지 — ELS 등 파생결합상품 발행사가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기초자산을 사고파는 거래. 방향성 베팅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목적이다.
숏스퀴즈 — 공매도한 주식의 가격이 예상과 달리 급등해,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주식을 되사들이면서 그 매수 자체가 주가를 추가로 밀어올리는 현상.

📰 참고 기사:
"韓증시 못 믿어"…지수 상승 전환에도 '공매도' 급증
공매도 - 나무위키
오해와 진실 자주하는 질문 - KRX Data Marketplace
에코프로, 숏스퀴즈 나올까...공매도에도 고공행진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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