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아의 판매 성장과 경쟁력
미국 시장에서 기아가 현대차보다 낮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도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센티브는 차종·가격대와 무관하게 차량 한 대당 지급된 프로모션 비용(현금 캐시백, 저금리 할부 지원, 리스 보조금 등)을 달러 금액으로 평균 낸 값으로, 정가 대비 비율로 계산하는 할인율과는 다른 지표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기아의 평균 인센티브는 약 2,550달러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현대차의 3,650달러보다 1,100달러 낮다. 이러한 차이는 완성차 업계 평균인 약 3,300달러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차급별 판매 성과
기아의 주요 차종들이 현대차를 앞서고 있다. 중형 SUV 텔루라이드는 쏘나타보다 약 23% 더 많이 팔렸으며, 준중형 세단 K4는 엘란트라(아반떼)보다 14%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중형 세단 K5의 경우, 쏘나타의 2.7배를 넘게 팔리며 기아의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
판매 성장률과 재고 관리
기아는 낮은 인센티브로도 판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기아의 판매 증가율은 3.4%로, 현대차의 2.7%를 웃돌았다. 또한 재고 관리에서도 우위를 보여, 평균 재고일수는 53일인 현대차보다 14일 짧은 39일을 기록했다.
잔존가치와 수익성 개선
기아의 잔존가치 상승이 판매 성장과 함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기아의 미국 내 36개월 기준 잔존가치는 39.7%에서 54.3%로 상승했으며, 순위도 4위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런 개선세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아에 따르면 업계 선두 브랜드와 비교한 잔존가치 수준은 2021년 88%에서 2025년 96%까지 높아지며 격차를 4%포인트 수준으로 좁혔다. 이러한 변화는 '할인 축소→잔존가치 상승→실질 구매가격 상승→수익성 개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세액공제 종료로 인한 전기차 판매 급감
다만 이 '할인 축소' 전략이 기아 라인업 전체에 통하는 건 아니다. 전기차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다. 지난해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7,500달러)가 예정보다 6년 넘게 앞당겨 지난해 10월 종료되자, 기아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급감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 미국 전기차 판매는 39% 줄었고, 특정 시점 비교에서는 니로EV·EV6·EV9 등 개별 모델이 전년 대비 57~68%까지 빠지기도 했다. 세액공제 공백을 메우려 기아는 EV 전 라인업에 정가 대비 최대 24%(니로EV 24%, EV6 23%, EV9 18%)에 이르는 할인율을 내걸었지만, 그마저도 수요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앞서 살펴본 인센티브(금액)는 K4·K5·텔루라이드 같은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차종을 포함한 전체 평균이라 이 EV 할인율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지만, 방향성만큼은 뚜렷하게 갈린다. 인센티브를 아껴도 잘 팔리는 쪽과, 할인율을 24%까지 올려도 안 팔리는 쪽이 같은 브랜드 안에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관세로 인한 이익 축소
수익성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그림은 더 복잡해진다. 기아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9조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11.8%에서 8%로 낮아졌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지난해 4월 25%로 오른 뒤, 11월 1일부로 15%로 인하되긴 했지만 미국 법인 재고 처리 문제로 실질적으로는 두 달 넘게 25% 관세를 부담해야 했고, 이 여파로 연말까지 관세 비용만 3조930억원이 발생했다. 인센티브를 줄이고 잔존가치를 끌어올린 전략이 분명 실질적인 성과이긴 하지만, 그 성과가 관세 비용 증가분을 상쇄할 만큼 크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매출은 역대 최대를 찍고도 이익은 줄어드는 이 구조는 현대차·기아 그룹 전체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브랜드 가치는 상승하나, 복잡해지는 경제 흐름
결국 지금 기아를 두고 벌어지는 세 가지 흐름을 따로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K4·K5·텔루라이드 같은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차종에서 실제로 자리 잡은 가격 규율과 그에 따른 브랜드 가치 상승이고, 다른 하나는 세액공제 종료 이후 할인을 아무리 늘려도 회복되지 않는 전기차 수요 이탈이며, 마지막은 관세라는 외부 변수가 이 모든 성과를 상당 부분 갉아먹는 구조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세 흐름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겹쳤다는 점이다. 전기차 세액공제가 끊기며 소비자들이 대안을 찾던 바로 그 시점에, 기아는 이미 3년 넘게 다져온 하이브리드·내연기관 가격 규율을 갖고 있었다. 준비된 전략이 마침 시장 변화와 맞아떨어진 셈인데, 이걸 순전히 우연이라 보기도, 전적으로 예측한 결과라 보기도 어렵다. 관세 부담이 이어지는 한 이 선순환 구조가 실제 이익 개선으로 확실히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고, 전기차 쪽에서 하이브리드만큼의 가격 규율이 통할 신차 라인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다음 관찰 포인트로 남는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인센티브(Incentive) — 차량 한 대당 지급되는 프로모션 비용(현금 캐시백, 저금리 할부 지원, 리스 보조금 등)을 달러 금액으로 평균 낸 값. 정가 대비 비율로 계산하는 할인율과는 다른 지표로, 차량 가격대에 따라 같은 인센티브 금액이라도 실질 할인율은 다르게 나타난다.
잔존가치(Residual Value) — 일정 기간(주로 36개월) 사용한 차량이 신차 가격 대비 얼마나 가치를 유지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 잔존가치가 높을수록 중고차 시세가 좋고, 리스·할부 조건도 유리해진다.
전기차 세액공제(IRA 보조금) —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를 세액공제 형태로 지원하던 제도. 당초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10월 1일부로 조기 종료됐다.
📰 참고 기사:
"현대차보다 1100달러 덜 깎아줘도 잘 팔린다"…기아의 달라진 美 위상 [여車저車]
미국 판매량 39% 급감…기아 전기차에 무슨 일?
보조금 줄자 현대차·기아 전기차 미국 판매 '반토막'...깎아줘도 안 산다
'역대 최대' 매출 찍고도 영업익 줄어든 기아…"미국 관세 부담만 3조원"
매출 300조 찍었는데 이익은 20% 뚝…현대차·기아의 진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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