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술(Fintech) 회사인 Clear Street이 AI 거대기업 Databricks의 사전 IPO 접근권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플랫폼은 허가받은 투자자들이 후기 단계 비상장회사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Clear Street의 목표와 배경
Clear Street의 CEO 겸 공동 창업자인 Uri Cohen은 "목표는 투자의 장벽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많은 부유한 재산이 비상장 시장에서 만들어졌으며, 점점 더 많은 일반 투자자들이 이를 경험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두 회사, 몸집이 어느 정도길래
Databricks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분야의 거대 기업으로, 이번 달 기업가치가 1,880억 달러(매매기준율 1,440.3원 기준 약 270.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연환산 매출(ARR·현재 속도가 1년간 유지될 경우로 환산한 매출)을 기준으로 2021년 10억 달러, 2025년 9월 40억 달러, 올해 2월 54억 달러를 거쳐 6월에는 69억 달러(전년 대비 약 80% 증가)까지 늘었다. CEO 알리 고드시는 이 성장 가속의 배경으로 AI 에이전트 사용 확대를 꼽았다. 사람이 직접 데이터를 조회하던 방식에서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훨씬 많은 질의를 만들어내는 소비 기반(사용량 기준) 과금 구조로 바뀌면서,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매출도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중 AI 관련 매출만 따로 떼면 연환산 14억 달러로 전체의 약 26%를 차지한다. 2025년 연간 기준으로는 잉여현금흐름(FCF) 흑자를 냈지만,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인프라 비용 부담도 함께 커져 매출총이익률은 80%대에서 70%대 중반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밸류에이션도 지난해 9월 1,000억 달러에서 올해 2월 1,340억 달러, 이번 달 1,880억 달러로 반년 새 거의 두 배가 됐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상장을 미루고 비상장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면서, 가치 창출의 상당 부분이 IPO 이전 단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Databricks 같은 회사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배경이다.
정작 이 상품을 파는 Clear Street 자신도 몸집이 작지 않다. 2018년 설립된 프라임 브로커리지 회사로, 헤지펀드 대상 청산·수탁 서비스에서 출발해 투자은행업·주식 리서치·가상자산 관련 인수주선까지 사업을 넓혔다. 순매출은 2024년 4억 6,360만 달러에서 2025년 약 10억 4,000만~10억 6,000만 달러로 두 배 넘게 늘었는데, 이 중 약 10%는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트럼프 미디어 테크놀로지 그룹 등 가상자산 관련 딜에서 나왔다. 흥미로운 건 정작 Clear Street 본인은 지난 2월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다 시장 상황 악화로 공모 규모를 10억 5,000만 달러에서 3억 6,400만 달러까지 줄였고, 그마저도 결국 철회했다는 점이다. "나중에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냈을 뿐, 자기 회사 상장은 접어둔 채 이번엔 남의 회사(Databricks)에 상장 전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파는 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Clear Street의 플랫폼 구조 — 데이터브릭스는 왜 "모르는 일"이라고 할까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있다. Clear Street가 데이터브릭스 "주식"을 새로 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구조를 한 단계씩 풀어보면 이렇다.
- 데이터브릭스 지분은 이미 오래전부터 "외부 펀드"가 정상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브릭스의 공식 주주명부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펀드 이름만 올라가 있다.
- Clear Street의 SPV(특수목적법인)는 데이터브릭스 주식을 직접 사는 게 아니라, 이 외부 펀드의 "지분"을 사들인다. 여기서 "지분"은 주식이 아니라, 펀드(조합) 형태의 투자기구에 대한 출자 지분에 가깝다. 데이터브릭스의 주식양도제한 규정은 데이터브릭스 "주식" 자체의 이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펀드 지분이 오가는 이 거래는 애초에 그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 개인 투자자는 다시 이 SPV의 지분을 산다.
결과적으로 데이터브릭스 주주명부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실제 데이터브릭스 주식은 한 번도 손을 바꾸지 않고, 그 위에 "펀드 지분(SPV가 보유)"과 "SPV 지분(개인 투자자가 보유)"이라는 두 단계 구조만 새로 얹히는 셈이다. 그래서 데이터브릭스 입장에서는 자신이 승인해야 할 거래 자체를 공식적으로 볼 방법이 없고, "우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구조가 언제나 안전한 건 아니다. 올해 초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은 회사의 승인 없이 이뤄진 이런 식의 SPV·간접 지분 매매를 원천 무효화하며 강하게 단속한 사례가 있다.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이런 간접 구조를 문제 삼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럴 경우 투자자는 자신이 산 지분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지는 위험을 떠안게 된다.
Clear Street는 자산관리·리스크관리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비상장주식 보유분을 담보로 한 마진론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Uri Cohen은 이를 비상장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Databricks 측은 "Databricks는 Clear Street와 어떠한 관계나 제휴도 맺고 있지 않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필자가 보기엔
이번 소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비상장 시장의 변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투자 구조의 변화다. Databricks 같은 거대 기업들이 IPO 전부터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고, 이를 위해 Clear Street 같은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작 Clear Street 자신은 올해 초 시장 상황 때문에 자기 회사 상장을 접었다는 점에서, "상장은 미루고 상장 전 투자 수요는 상품화한다"는 이 시장의 아이러니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스타트업들이 비상장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면서, 정작 가장 큰 가치 창출이 일반 투자자가 접근할 수 없는 구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동시에 이는 회사와 투자자 간 관계, 그리고 규제 환경도 함께 복잡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플랫폼이 투자자의 접근성을 넓혀주는 건 맞지만, 실제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게 아니라 펀드 지분을 여러 겹 거친 간접 투자라는 점은 분명한 한계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보지 못하는 거래이기 때문에 지금은 별다른 제지 없이 이뤄지고 있지만, 앤트로픽 사례처럼 회사가 마음먹고 단속에 나서면 이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함께 감안해야 한다. 설령 상장이 순조롭게 이뤄지더라도 상장 직후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통상 수개월의 락업(보호예수) 기간을 거쳐야 실제 매도가 가능해진다는 점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초보 투자자라면 "비상장 대어에 투자한다"는 말의 실제 의미가 "그 회사 주식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 주식을 보유한 펀드의 지분을 몇 단계 거쳐 나눠 갖는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눈에 밟히는 대목은 앤트로픽과 데이터브릭스의 태도 차이다. 앤트로픽은 비공인 SPV·간접 지분 매매를 실제로 무효화하며 적극적으로 막아선 반면, 데이터브릭스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만 냈을 뿐 이 거래를 막으려는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 차이를 어떻게 읽을지는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데이터브릭스 정도의 관심을 받는 회사가 이런 우회 구조의 존재를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알면서도 굳이 막지 않는 쪽을 택했다면, 이런 사전 투자 수요 자체가 회사 입장에서 나쁠 것 없는 관심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수 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정이고, 앤트로픽처럼 아직 단속에 나설 만한 계기나 우선순위가 없었을 뿐이라는 반대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은 짚어둔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ARR(연환산 매출, Annual Recurring Revenue) — 현재 시점의 매출 속도가 1년간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환산 매출액으로,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성장세를 보여줄 때 흔히 쓰는 지표다.
소비 기반 과금 구조 — 정액제가 아니라 실제 사용량(쿼리 수, 처리 데이터량 등)에 비례해 요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매출도 함께 늘지만 그만큼 인프라 비용 부담도 커진다.
SPV(특수목적법인, Special Purpose Vehicle) — 특정 자산이나 투자를 관리하기 위해 별도로 설립하는 법인으로, 본 사업체와 법적·재무적으로 분리해 위험을 제한하는 목적으로 흔히 쓰인다.
지분(펀드 지분) — 회사가 발행하는 "주식"과 달리, 펀드나 조합 형태의 투자기구에 출자한 몫을 뜻한다. 이번 사례처럼 지분은 회사의 주식양도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회사가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비상장주식 세컨더리 마켓 — 아직 상장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이나 그에 대한 지분을 기존 투자자·직원 등으로부터 사고파는 시장으로, 정규 거래소가 없어 가격이 불투명하고 유동성이 낮다.
📰 참고 기사:
Fintech broker Clear Street offers investors pre-IPO access to $188 billion AI giant Databricks
Fintech broker Clear Street offers investors pre-IPO access to $188 billion AI giant Databricks (전문 게재본)
Databricks revenue growth tops 80% to $6.9 billion annualized
Prime Broker Pulls IPO After 40% Valuation Cut as Crypto and AI Fears Coll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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