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9일 일요일

외환건전성부담금처럼…고액 주담대 '준조세' 도입론

최근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비용 자체를 높여 가계부채와 고가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인데, 낯선 용어라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연 부동산 금융정책 토론회에서 이 방안이 처음 공개적으로 언급됐고,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대토론회에서도 다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대출 한도를 줄이는 대신 '비용'을 올린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출 규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나 LTV(주택담보인정비율)처럼 "얼마까지 빌려줄 수 있는가"를 직접 통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아이디어는 결이 다릅니다. 빌릴 수 있는 한도는 다소 완화하되, 빌리는 데 드는 비용 자체를 올려서 수요를 자연스럽게 줄이자는 것입니다.

정책 발제를 맡은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을 규제하면 고가주택 수요가 중저가주택으로 옮겨갈 뿐"이라며, 결국 대출 수요를 억제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금리는 주택시장만 보고 조정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고가주택이나 과다 대출에 별도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구체적으로 거론된 부과 구간은 이렇습니다.

  • 주택가격 5억원 미만: 0%
  • 5억원 이상 15억원 미만: 1%
  • 15억원 이상: 2%

즉 15억원짜리 집을 대출로 산다면 대출 원금에 2%의 관리부담금이 추가로 붙는 식입니다. 대출 한도를 막는 대신, 비싼 집을 살수록 대출 비용이 커지도록 설계한 셈입니다.

왜 하필 '외환건전성부담금'을 모델로 삼았나

이 아이디어의 뿌리는 2011년 도입된 외환건전성부담금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화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며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경험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인데, 은행이 해외에서 외화를 빌릴 때 만기가 짧을수록 더 많은 부담금을 내도록 설계됐습니다. 외화차입을 아예 막거나 총량을 일률적으로 묶는 대신, 위험한 형태의 차입일수록 비용을 높여 자연스럽게 억제한다는 논리입니다.

법적으로는 세금이 아니라 '부담금'으로 분류되지만,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준조세 성격을 띱니다. 걷은 돈은 외국환평형기금에 들어가 외환시장 안정 재원으로 쓰입니다.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은 같은 논리를 국내 가계대출, 그중에서도 고가 주담대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관건은 '누구에게' 부과하느냐

문제는 실제 설계 단계입니다. 김영도 연구위원은 은행이 부담금을 대출 전체 금리에 슬쩍 녹여서 모든 차주에게 나눠 전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애초 취지였던 '고가주택 수요 억제'라는 목표가 흐려집니다. 효과를 보려면 해당 주택을 사는 차주에게 부담금이 직접 부과되어야 한다는 게 핵심 지적입니다.

즉 은행이 중간에서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부과 대상과 방식을 얼마나 명확하게 설계하느냐가 이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외환건전성부담금과 이번 방안이 겉모습은 닮았지만 '전가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성격이 꽤 다르다는 점입니다. 외환건전성부담금은 부과 대상이 은행이고, 은행이 그 비용을 국내 차주에게 넓게 분산시키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반면 주담대는 애초에 은행과 차주 사이의 직접 거래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금을 금리에 얹어 넘기는 쪽이 훨씬 쉽고 자연스러운 선택지입니다. 그렇다면 관건은 결국 '부담금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아니라, '전가를 막을 법적·행정적 장치를 얼마나 촘촘하게 마련하느냐'에 가깝다고 봅니다. 부담금을 은행이 아니라 차주에게 직접 고지하고 별도로 징수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평균 금리에 스며들어 애초 취지가 희석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런 형태의 부담금이 '고가주택 수요를 가진 사람만 콕 집어 억제한다'는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15억원 이상 주택에 2%를 부과한다고 해도, 이미 그 정도 가격대의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차주라면 추가 비용 2%가 매수 결정 자체를 뒤집을 만큼 결정적인 변수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 제도의 실효성은 '수요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보다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동원한 매수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 정도의 완충 효과에 가까울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부담금을 만병통치약처럼 기대하기보다는, DSR·LTV 등 기존 규제와 함께 쓰이는 보조 수단으로 이해하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며

이번 논의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금리는 물가나 경기 전반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부동산 시장만 겨냥해 금리를 조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 한계를 보완할 수단으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이 떠오른 셈입니다.

다만 부과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은행이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어떻게 막을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오는 23일 대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용어 설명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 고가주택이나 과다 대출에 별도 비용을 부과해 대출 수요 자체를 조절하는 제도.
외환건전성부담금 — 은행이 단기 외화자금을 많이 빌릴수록 더 많은 부담금을 물려 외환 리스크를 관리하는 제도.

📰 참고 기사:
외환건전성부담금처럼…고액 주담대 '준조세' 도입론
외환건전성부담금처럼…고액 주담대 준조세 도입론 | 한국경제
고가주택대출 '관리부담금' 검토..."대출 총량 완화 대신 비용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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