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를 상대로 29개 주 검찰총장이 연합해 제기한 소송의 본재판이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시작됐다. 걸려 있는 배상금 규모부터가 메타 시가총액(1조5,000억 달러)에 육박할 만큼 어마어마하다. 캘리포니아 주 검찰총장 로브 본타가 공동 주도하는 이 소송은 메타가 청소년에게 중독적인 기능을 설계해 정신건강 피해를 유발했다는 주장에서 출발했다.
공화당·민주당이 함께 뭉친 초당적 소송
이 소송은 2023년 10월 24일, 공화당·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42개 주 검찰총장이 초당적으로 연합해 시작됐다. 이 중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33개 주가 오클랜드 연방법원에 통합 소송을 냈고, 나머지 9개 주는 각자 주법원에 별도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 재판이 열린 건 그 통합 연방소송 쪽이다. 테네시 검찰총장 조나단 스크메티는 소송 제기 당시 기자회견에서, 평소 정치적으로 대립하던 검찰총장들이 이 사안 하나로 다 함께 뭉쳤다는 점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혐의는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이용자를, 특히 청소년을 오래 붙잡아두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됐다는 주장이다. 도파민 반응을 자극하도록 짜인 알고리즘, 끝없이 이어지는 무한 스크롤, 과도한 알림, '좋아요'나 사진 필터처럼 외모 비교와 신체 이형 왜곡을 부추기는 기능이 근거로 제시됐다. 둘째는 메타가 이런 위험성을 알고도 숨겼다는 주장이다. 소송의 뼈대는 메타 내부고발자들이 유출한 수만 건의 내부 문서인데,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한 경영진이 직원·연구원들의 반복된 경고를 묵살했다는 정황, 2018년 내부 발표자료 제목이 "페이스북 '중독'"이었다는 점, 당시 애널리틱스 담당 부사장이 "우리가 회사 차원에서 알림 채널을 남용해왔다"고 내부 이메일에 직접 쓴 정황 등이 증거로 제시됐다. 셋째는 법 위반으로, 공개적으로는 "안전하다"고 밝히면서 실제로는 위험을 방치한 게 각 주 소비자보호법 위반, 13세 미만 아동 정보를 무단 수집한 게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보호법(COPPA) 위반이라는 구성이다.
1조4,000억 달러 vs 2,000억 달러
메타 측 변호인단은 이번 통합 소송에서 배상액이 최대 1조4,000억 달러까지 나올 수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반면 주 측 변호인단은 담당 판사인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에게 2,000억 달러가 더 현실적인 규모라고 전달했다. 두 추정치 사이의 격차만 7배에 달한다. 1조4,000억 달러는 메타의 현재 시가총액과 맞먹는 액수라, 실제로 이 정도 배상 판결이 나온다면 회사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는 규모다. 소송은 2023년 10월 24일 제소됐고, 배심원단은 지난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선정을 마쳤다. 오프닝 스테이트먼트는 8월 18일로 예정돼 있으며, 7주간 진행될 재판의 판결은 10월쯤 나올 전망이다.
뉴멕시코의 그림자
이번 재판을 더 무겁게 만드는 건 불과 일주일여 전 나온 뉴멕시코주의 판결이다. 메타는 뉴멕시코주가 별도로 제기한 아동 안전 소송에서 패소해 약 10억 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고, 현재 항소를 준비 중이다. 이 소송을 이끈 뉴멕시코 주 검찰총장 라울 토레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날 눈뜨고 보니 천문학적인 액수의 판결이 나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뉴멕시코 소송에서도 담당 판사는 무한 스크롤 중단이나 추천 알고리즘 변경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통신품위법 230조와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들었다. 즉 주 정부가 승소하더라도, 원하는 모든 구제 조치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라는 선례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배상금보다 무서운 건 따로 있다
정작 소송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배상금 액수보다 다른 지점을 더 주목한다. 뉴욕 로펌 코피모디카의 창립 파트너 마이클 코피 변호사는 이번 소송이 주 검찰총장의 정치적 이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최종 배상금 중 상당 부분은 정부가 가져가고 원고 측 변호사들이 그 일부를 수임료로 챙기는 구조라, 실제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셜미디어 피해자 법률센터의 로라 마르케스-개럿 변호사는 액수보다 메타가 패소할 경우 강제로 이행해야 할 설계 변경이 회사에 훨씬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주 검찰 측은 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참여 유도형 알고리즘 등에 대한 전국 단위의 설계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 소송은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보호법(COPPA)과 각 주의 소비자보호법 위반 혐의를 함께 다투고 있어, 배상금과는 별개로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핵심 기능 자체가 소송 결과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메타만의 일이 아니다
이런 유형의 소송이 메타에만 걸려 있는 건 아니다. 틱톡은 2022년 초당적 조사를 시작으로 2024년 10월 14개 이상 주와 워싱턴DC가 집단 제소했고, 2025년 8월엔 미네소타주가 별도로 추가 제소했다. 유튜브(구글)도 2024년 9월 아칸소주 검찰총장으로부터 "청소년을 착취·중독시키도록 설계했다"는 취지의 소송을 당했고, 스냅챗 역시 비슷한 소송을 다수 안고 있다. 메타는 이번 캘리포니아 재판과 별개로 테네시주에서도 같은 주에 재판을 치르고 있다.
메타·틱톡·스냅챗·유튜브 네 회사는 미국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던 2,000건 넘는 개별·가족 소송이 하나로 통합된 다지역소송(MDL 3047)에도 함께 피고로 묶여 있다. 이미 지난 5월에는 별도 소송에서 배심원단이 메타와 유튜브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평결을 내린 전례도 있다. CNN이 입수한 통합소송 관련 문서에는 메타 내부 연구원들이 나눈 대화도 담겨 있는데, "인스타그램은 마약이다, 우리는 사실상 마약상이다"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메타가 유독 부각되는 건 42개 주 초당적 연합이 2023년 가장 먼저 겨냥한 대상이었고 재판 단계까지 가장 먼저 도달했기 때문이지, 소셜미디어 업계 전체가 같은 유형의 법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그림이다.
숫자보다 설계 변경 여부가 관건
이번 재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1조4,000억 달러라는 헤드라인이지만, 실제로 메타의 사업에 더 오래, 더 깊게 영향을 미칠 변수는 배상금이 아니라 무한 스크롤·자동재생·알고리즘 추천 같은 핵심 기능의 설계 변경 여부에 가깝다. 뉴멕시코 사례처럼 주 정부가 이기더라도 법원이 표현의 자유나 통신품위법을 근거로 구체적인 기능 변경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배상금 액수를 둘러싼 7배의 격차, 그리고 승소해도 원하는 결과를 다 얻지 못할 수 있다는 뉴멕시코의 선례까지 감안하면, 이번 재판의 결과는 액수 하나로 단순하게 정리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10월로 예정된 판결에서 배상금 규모 자체보다, 법원이 어떤 구제 조치까지 인정하는지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COPPA(아동 온라인 개인정보보호법) — 만 13세 미만 아동의 온라인 개인정보 수집·이용을 제한하는 미국 연방법.
통신품위법 230조(Section 230) — 온라인 플랫폼이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 원칙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면책해주는 미국 연방법 조항. 플랫폼의 알고리즘·기능 설계에 대한 규제 소송에서 자주 방어 논리로 활용된다.
📰 참고 기사:
Meta faces 'astronomical' consequences as legal fight reaches critical moment in California
29 States Take Meta to Trial in the Biggest Legal Test Yet for Youth Social Media Safety
California Lawsuit Could Force Major Changes At Meta
The Meta social media trial: $1.4tn is the defence's number
Meta sued by 42 attorneys general alleging Facebook, Instagram features are addictive and target kids
AG Ferguson statement on unsealed federal complaint against Meta for harming youth mental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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