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종가 기준 1549.4원을 기록한 데 이어, 7월 1일에는 장중 1551.7원까지 오르며 1550원 선을 재돌파했다. 외환당국이 반년간 50조원에 달하는 달러를 시장에 쏟아부었음에도 환율이 꺾이지 않자, 시장에서는 하반기 1600원 돌파 가능성까지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반년간 50조원 투입해도 효과는 미미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6년 1분기 외환시장 안정화조치 내역'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1분기에만 136억 2,800만 달러(약 19조 1,000억원)를 시장에 순매도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4분기 순매도액(-224억 6,700만 달러)까지 합산하면, 외환당국이 최근 반년간 환율 방어에 투입한 자금은 총 361억 달러, 원화로 약 50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환율은 잡히지 않고 있다. 구두개입도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환율이 펀더멘털에 비해 쏠림 현상이 있다"며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복합 악재가 만든 구조적 고환율
이번 고환율은 여러 악재가 겹친 복합적 결과다.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대규모 순매도,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강달러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월 국내 상장주식 47조 190억원을 순매도하며 5개월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올 1~5월 누적 순매도 규모는 114조 2,240억원으로, 연간 평균의 10배를 넘어섰다. 여기에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와 기업들의 달러 결제 수요(달러 사재기)까지 겹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1600원 전망, 얼마나 현실적인가
주요 증권사와 은행들의 하반기 환율 전망은 엇갈린다. 비관론을 대표하는 시각은 "전고점 1560원을 돌파할 경우 1600원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한국투자증권 문다운 연구원).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하고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달러인덱스가 레벨을 낮추기 어렵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연준의 긴축 기조가 유지될 경우 1600원 돌파가 기정사실화될 수 있으며,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 전반에 치명적인 원가 부담을 지울 것이라 경고한다.
반면 낙관론도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올해는 1500원대 환율이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며 1600원 돌파보다는 현 수준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미국·이란 종전 합의로 유가가 일부 안정을 되찾은 점, 코스피 상승세가 꺾이면 외국인 매도세도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 근거다.
고환율 장기화가 미치는 실물경제 영향
환율이 1500원대에서 고착화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수입물가다. 에너지·원자재를 대거 수입하는 한국 경제 특성상, 고환율은 곧 수입물가 상승 → 생산원가 상승 →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쇄 압력을 가한다. 특히 환율이 1600원을 돌파할 경우 수입 에너지 비용이 크게 뛰면서 민생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반면 반도체·자동차 등 달러 베이스로 수출 계약을 맺는 기업들은 환율 효과가 제한적이라, 수출 호재라는 전통적 공식도 더 이상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고환율의 특수한 성격이기도 하다.
정리하며
외환당국이 반년간 50조원을 쏟아부으며 구두개입까지 총동원했지만, 환율은 28년 만의 고점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구조적인 강달러 압력, 외국인 자금 유출, 기업의 달러 수요가 동시에 맞물린 상황에서 단기 처방만으로는 환율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 진단이다. 하반기 미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 외국인 수급 변화, 그리고 코스피 흐름이 환율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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